책방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에 디지털 전환 수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소강의다. 나도 SNS를, 블로그를, 휴대폰의 기능들을 능숙하게 다룰 줄 모른다.
책방 인스타 그램과 블로그를 틈틈이 하고 있지만 늘 사용하는 것들만 만지작거리는 고만한 수준이다.
지난 7월, 급작스런 코로나 단계 격상으로 책방에서 대면으로 열리던 문학 작가들과의 만남 행사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행사를 지원하는 기관에서 화상(줌)으로 하라는 공지를 받고 참 난감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젊은 책방지기들에겐 누워 떡 먹듯 쉬운 일이지만 나 같은 중년에겐 이처럼 막막한 태산이 없다.
무엇보다 급한대로 줌을 할 줄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야 하니 괜한 번잡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사는구나 싶은 묘한 감정도 덩달아 들었다.
다행히 나보다는 디지털에 능숙한 남편이 있어 무리없이 도움을 받았지만 자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자니 한계는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책방에 자주 오는 손님이 디지털 전환 강사라는 걸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은지 외부 강의 스케줄이 빡빡했다. 사회적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전문가 수준까지야 언감생심이고, 그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싶었는데 몇 번 수업을 듣고 나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전혀 모르던 분야지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자 길이 열렸다. 이참에 강사에게 부탁하여 나 같은 고민 하는 분들이 있을 듯 해 같이 듣기를 청하니 고맙게도 그러자 한다. 강의 소식을 듣고 몇 분이 참여하였다. 내 보기엔 배워야 할 사람들이 많을 듯 한데 당장 급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했다.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알아두면 후일이 편할 텐데 안타까웠다. 자식이나 손주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자기 주도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강의를 듣는 분 중에 연장자인 김 선생님은 여간 반기는 것이 아니었다. 학원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말하는 용어가 생소하다는 것이다. 그간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마음이 짠했다.
"맞팔이 뭔지 몰랐어요. 욕처럼 들리기도 하잖아요. 사람은 나이 들수록 기회가 있을 때 더 배워야 해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난립하니 김 선생님의 추측이 무리도 아니다. 로그인할 줄 몰라 책방 밴드에 가입도 못했다는 하소연은, 함께 있는 모두를 웃프게 했다. 가르치는 학생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얼마 전에야 로그인을 배웠다며 자신이 이런 부분에서 스스로를 무능하게 느낄 줄 몰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의에 적극적이고 메모까지 꼼꼼히 하였다. 아마도 곧 학생들과 SNS로 맞팔도 하시고 능숙하게 대화 하시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변해가는 걸 막을 도리는 없다. 변화 없는 진보는 없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이 모든 건 당연한 흐름인지 모른다. 뒷짐만 지고 요상한 세상이 되간다고 불평만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물론 맞팔이 뭔지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겠지만, 맞팔이 뭔지 알면 젊은 사람들과도 유연하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