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최대한 야외활동, 여행을 자제하고 그간 미뤄왔던 글 작업과 그림 작업도 하고 몸과 조각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무려 두 달째 PT를 받고 있다. 확실히 근력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물에 빠져 죽으면 배만 뜰 것 같던 물렁물렁한 복부도 탄탄해지고. PT를 받는 동안 Gym에 있는 운동기구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고 코치님들, 회원들 다 좋은데 문제는... 가뜩이나 좋아하고 잘 마시던 술이 더 잘 들어가서 전성기 때보다 술을 더 잘 마시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혼술 도 늘었다. 최근에 주로 가는 단골 바에서 싸구려 위스키를 반 병 즈음 비웠을 때 옆 테이블에 홀로 온 청년에게 느닷없이 술내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호기롭게 내 제안을 수락했고 한 시간 만에 가엽게도 그 청년은 녹다운되었다. 결국 그 가엾은 친구는 술에 만취해서 7년 전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바에서 내가 술에 만취하기 전까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엉 엉 울었다. 그 청년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에게는 지독한 숙취만 남았겠지만 7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의 전화를, 그것도 새벽시간에 느닷없이 받은 그녀는 (그의 7년 전 여자 친구) 다시는 그를 좋게 추억할 수 없으리라. 여하튼 이렇게 갑자기 술을 더 잘 마셔버리게 된 나는 고민에 빠졌다. 겨우 운동을 두 달했는데 이 정도로 술을 더 잘 마시게 된 거라면 앞으로 1년간 운동을 더 하다가는 (심지어 다음 달부터는 프리다이빙도 한다.) 동네 술집에 홀로 오는 총각들의 전 여자 친구들에게 큰 실례를 범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나를 이렇게 건강하고 술을 잘 마시게 만든 코로나 시대를 탓하며 일주일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놨다. 친구의 대답은 단순했다.
"이 친구야. 술을 끊으면 되지. 뭐가 고민인가."
맞다. 술을 끊으면 된다. 너무나 단순 명쾌한 그녀의 답변에 난 옳거니 하고 내 무릎을 쳤고 하루 스쿼드 500개로 단련된 탄탄한 무릎을 느끼며 홀로 흐뭇해했다. 왠지 자신을 얻은 나는 오늘도 열심히!!! 그 힘들다는 지옥 코치의 PT를 소화해냈고 뿌듯해하며 Gym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파랬고, 높았다. 구름도 적당히 있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날씨. 갑자기 갈증을 느낀 나는 바로 앞 편의점으로 향한다.
'맥주 한 캔 즈음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