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 맛없는 맛집 소설
그가 남은 스테이크를 좀 더 잘게 썰어서 입에 넣을 때였다.
"오빠. 선물이야. 내일모레가 생일 아니야? 그래서 우리 둘이 준비했어."
그에게는 두 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한 명은 파리에, 그리고 한 명은 런던에 살고 있다. 그는 종종 유럽의 이 곳 저곳을 여행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동생들 집에서 신세를 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잘츠부르크 여행을 할 때에는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동선을 그의 동생들이 체크하고 있었고 그래서 함께 에스 짐머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무슨 이런 선물을. 부담된다고. 작년에는 여권케이스와 지갑도 사줬잖아."
그는 탐스러운 오렌지 빛깔의 에르메스 쇼핑백에서 같은 컬러의 케이스를 꺼내 오픈하며 말했다.
"오빠, 작년에 책 나왔잖아. 재미있게 잘 읽었어. 오빠가 의외로 글을 잘 써서 놀랐다고. 오빠가 잘하는 일이 있다니. 생각해보니 오빠,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었어. 늘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좋은 아이디어 생각나면 틈틈이 노트하곤 했잖아. 그래서 내가 언니에게 이야기했어. 오빠. 작고 예쁜 노트 있으면 여행하는 동안 들고 다니며 아이디어 스케치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그의 막내 여동생의 말을 들으며 그가 케이스를 오픈하자 푸른 빛깔의 작은 다이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거 정말 예쁜데? 정말 예뻐. 고맙다. 얘들아."
그는 그의 사랑스러운 동생들의 눈을 보고는 생각했다.
'내가 남창이나 사기꾼 같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텐데.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게다가 돈도 잘 벌잖... 아니 엄청나게 벌잖아.'
"오빠, 그나저나 올해는 어떻게 지낼 생각이야?"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망상에 빠져있는 그를 다그치듯 그의 첫째 동생이 그에게 물었다.
"아. 아. 올해? 올해라... 아, 그래. 올해는 뭘 해야 하지? 올해도 작년처럼 여기저기 다니며 술이나 마시고 맛있는 음식점이 있다면 맛있는 음식점에나 찾아다니고 그림 그리고 싶을 때 그림이나 그리고 그렇게 살면 되지 않으려나? "
그의 첫째 동생은 땅의 꺼져라 한 숨을 내쉬었고 그 한 숨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에스 짐머의 주방에 있던 셰프는 비행기가 그의 레스토랑을 덮치는 줄 알고 주방에서 뛰쳐나왔다.
"오빠, 오빠가 예술가도 아니고... 아, 좋아. 차라리 예술가라도 되던가. 그래서 글이던 조각이던 옷이던 만들어 오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 팔아먹기라도 하던가 말이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십여 년간 대체 뭐 하는 거야. 매일 술이나 마시고 누가 봐도 의미 없는 일이나 해대고 말이야."
잠시 숨을 고르는 첫째 동생의 말을 받아 둘째가 이었다.
"오빠. 우리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받은 거 하나 없다고. 그런데 오빠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뉴욕 맨해튼에 작은 멘션 하나를 사주셨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한국 강남지역에 작은 빌딩 몇 개와 부동산까지 주셨잖아. 근데. 근데 십 년간 술퍼 마시고 논다고 그거 다 팔아먹고 최근에는 가족 명의의 롯폰기 빌딩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고 하던데... 그간 얼마나 써쟀겼으면 그래. 대체 제정신인 거야?"
그는 일단 머리를 긁적였다.
"내일모레가 내 생일이라고. 내 생일 축하해주러 온 자리 아니야? 아니면 애당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내 생일을 빌미로 이런 자리를 만든 거야?"
p.s 전체적인 시점을 1인칭으로 바꿀지, 그대로 갈지 고민 중이어서 마무리가 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