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맛없는 맛집 소설
반질한 머리를 적당한 비율로 잘 갈라놓은 훤칠한 키의 웨이터가 나의 앞에 애피타이저를 내려놓고는 물었다.
"are you happy? "
정말 어색한 질문이었다. 그간 많은 레스토랑을 다녀오면서 이런 질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굳이 분위기를 깰 필요도 없었고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텀을 두고 대답을 했다.
"yes. good"
답변을 마치고 나니 뭔가 더 어색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훤칠한 키의 웨이터는 이빨 10개가 보이는 환한 웃음을 나에게 지어 보이고는 살짝 목례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게 어색했다. 다양한 컬러가 조화롭게 들어가 있고 달콤한 유자향도 올라와서 군침이 넘어와야 할 애피타이저가 조금도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질문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 것인가? 나는? 왜?"
식사를 하는 내내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식사하는 동안 어떤 음식과 어떤 와인이 나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나는 계속 멍하니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식사시간이 끝났고 나의 담당 웨이터가 다시 내 앞에 섰다. 내 앞에 계산서를 내려놓았고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계산서의 팁을 쓰는 란에 팁을 적고 크레디트 카드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웨이터는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를 나에게 보이며 다시 나에게 물었다.
"are you happy?"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누군가 내 얼굴을 봤더라면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나는 어색한 침묵이 더 싫어 그냥 웃음으로 살짝 답한다. 잠시 후 웨이터가 영수증을 가져다주며 코트도 함께 가져다준다.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찬 바람에 조금이나마 정신이 든 것 같다.
'행복? 행복?'
문득 예전 DR.M의 저서 <시간 버리기>에서 본 문구가 생각났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인 것 마냥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행복은 자신에게 있어요. 돌아갈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에요.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겠죠. 취했을 때 전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것이고 전화를 그 사람이 받아준다면 더 행복한 것이죠. 언제고 떠올렸을 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것이고요. 이렇듯 자신 안에도 충분히 많은 행복이 있어요. 굳이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들을 가지는 것만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그만큼의 시간낭비란 없답니다."
발 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거리에는 낙엽이 가득했다.
'바스락, 바스락. 그래, 난 이걸로 충분해. 난 행복해. 그럼 된 거야."
뭔가 좀 가벼워진 나는 몸이 아직 덜 데워진 것 같아서 바로 단골 와인바로 와인을 한 잔 더 마시러 가기로 한다.
EDV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