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네? 뭐라고요? 여기도 없다고요?"
그녀의 체념한 듯 한 되물음에 직원은 같은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네. 손님. 지. 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몇 권 있긴 합니다만... 소설책과 만화책들, 종교서적 쪽이에요. 지옥 선생 누베라던가 최근 나온 지옥 락, 단테 신곡 같은 것은 있긴 한데... 손님이 찾는 일러스트집과 그림책 같은 건 없네요."
"아니, 여기 한국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 아닌가요? 저 최근 일본과 유럽의 큰 서점을 다 다니면서 물어봤는데, 왜, 대체 왜 지옥에 관한 일러스트집이나 아트북 같은 게 없는 거죠?"
직원은 당황했지만 교육받은 대로 앞 이빨 8개를 드러내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요즘 사람들이 지옥에 관심 없어서가 아닐까요?"
그녀는 큰 한 숨을 쉬었다. 그 한숨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직원의 다리 밑 타일은 움푹 꺼질 뻔했다.
"대체 왜죠? 불과 30년 전만 해도 교회나 혹은 불교를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많이 했었고, 심지어 종종 만나던 힌두교 신자들에게도 지옥이란 말을 참 많이 들었다고요. 어릴 때 서점에 가면 지옥 관련 책들도 즐비했고, 아! 이를테면 콩콩 코믹스에서 발간했던 지옥 대도감이니 지옥의 괴물들 같은, 그리고 심지어 졸리 게임에서도 지옥 대탈출이나 지옥의 여흥 같은 보드게임도 만들어 냈었다고요. 그런데 그 후 고작 30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전 세계의 서점에서 지옥에 관한 그림책이나 일러스트집을 찾을 수 없다고요? 뭐가 이리 빠르게 변하는 거죠?"
"글쎄요. 손님. 거기까지는 저도 잘...."
직원은 히스테릭해 보이는 그녀의 말이 더 길어질까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앞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녀는 정말 의아했다. 정말 20~30년 전만 해도 지옥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순간 결심했다.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보기로. 그래서 지옥 걸즈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있는 다양한 지옥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