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Jun 17. 2021

요시노야

마늘단편- 맛없는 맛집 소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츠키지 시장에 도착, 그리고 난 뒤 무려 1시간 아니, 2시간을 기다려서 그 아침에 다이와 스시의 오마카세 초밥을 먹었다. 보통 아침식사는 8시나 9시 즈음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한 시간 이상이 빠른 7시경에 아침을 먹었다. 이런 일도 처음이었지만, 아침으로 초밥을 먹은 것도 처음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 때문이었다. 처음 도쿄에 놀러 온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것보다는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의지와는 조금도 상관없이 2주간 도쿄에 있을 계획들을 세웠으며 나는 그저 그녀의 계획에 따라 그녀와 함께 움직이고 먹고, 쇼핑을 하고 쉬었다. 그러던 오일 째, 우리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아침식사를 마쳤다. 이른 아침이고 게다가 초밥 오마카세를 먹은 나는 배가 무척 불렀고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말했다.

"자, 이제 요시노야를 가야 해."

"응? 요시노야? 자기야. 우리 방금 초밥 오마카세를 먹었잖아. 배부르지 않아?"

"그럼, 요시노야 먹을 배는 남아있다고."

"아니, 그런데 왜 하필, 이 츠키지 시장에 와서 요시노야라니. 요시노야는 프랜차이즈야. 도쿄는 물론 일본 전역 이곳저곳에 엄청 많다고. 근데 왜 이 아침, 그것도 츠키지 시장에 있는 요시노야에 가는 거냐고?"

그녀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

"당신, 요시노야 본점이 어디에 있는 줄 알아? 바로 여기야. 츠키지 시장에 있는 곳이 본점이라고."

나는 그녀가 나를 쏘아보는 시선이 왠지 귀여웠고 그래서 잠자코 있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요시노야는 1899년 니혼바시 어시장에 처음 문을 열었고 1926년 츠키지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어.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이지. 1952년에 24시간 영업을 시작했고 1975년 덴버에 미국 내 첫 지점을 열었다고. 그리고..."

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방금 식사를 했던 다이와 스시에서 요시노야 츠키지 본점에 가는 5분간 계속 이어졌다.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소고기 알레르기가 있건, 회 알레르기가 있건, 당뇨가 있어서 당분을 과하게 섭취하면 안 되는 것 따위는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요시노야에 가서 다른 곳과 맛이 크게 다를 바 없는 본점의 요시노야 규동을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이전 16화 화장실이 집인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