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맛없는 맛집 소설
편집 마감이 다가오고 있다. 편집장이 벌써 며칠 째 재촉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글은 더 안 써진다. 작은 노트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여행을 다니다가, 혹은 낮잠을 자다가 문득 꿈에 재미난 내용들이 나온 것 등을 써놓은 노트다. 그 안에는 정말 내가 쓴 주옥같은 문장, 문구, 단편들이 가득한데도 마감 하루 전인 오늘은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감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혹시나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까 하는 기대에 전 날 스피키지 바에서 새벽까지 코가 비뚫어지도록 술을 퍼마신 탓에 아직도 숙취가 심하다. 잘 안 마시는 커피도 집중력을 높여볼까 하는 생각에 한 잔 마시고 반신욕까지 마쳤다. 이런 극단의 조치까지 취했지만 적어도 열 페이지 정도는 써야 하는 단편 원고는 한 글자도 쓸 수없고 계속 하품만 나오고 있다. 보통 이렇게 까지 글이 안 써지면 적당한, 멜랑콜리한 느낌의 사랑 글을 마구잡이 식으로 쭉 써 내려가면 되긴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감정마저 메말라버렸는지 첫 문장 자체가 안 써지고 있다. '그래, 이럴 때는 그냥 내가 여행했던 여행기나 사진들을 주욱 둘러보며 뭔가 정말 특별했던 것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소셜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찾아보기 시작, 몇 해 전 다녀온 뮌헨 사진에서 이번 원고를 쓸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해 뮌헨.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쓸쓸했고, 가을이라 쌀쌀했다. 오전부터 독일인이 유태인들을 핍박했던 다하우 수용소를 다녀왔는데 그래서 평상시 보다 더 쓸쓸하고 쌀쌀했을 수도 있다. 이런 날에는 역시 술이지 라는 생각에 평상시에 즐겨가던 다이닝보다는 중앙시장에 있는 작은 비엔나의 호이리게 느낌의 와인바에 들어갔다. 아직 오후 4시밖에 안되었는데도 작은 와인바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계 어딜 가도 비슷하겠지만 이런 시장통 안에 있는 와인바는 나처럼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다. 이 와인바 역시 그랬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서서 작은 원형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자신들의 잔에 들어있는 와인을 홀짝이며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도 카운터에서 오늘의 추천 와인을 한 잔 받아서 가장 잔이 적은 테이블에 내 잔을 올려두었다. 오전부터 이어지는 쓸쓸한 감정에 있단 바로 와인 한 잔을 비우고는 다시 카운터에서 오늘의 와인을 한 잔 더 받았다. 오늘의 와인은 뮌헨에서 가까운 지역의 리슬링이었는데 시큼한 맛이 강해서 한 잔을 다 마셨을 때 그 맛에 우울함이 살짝 가셨다. 두 번째 잔을 마실 때는 다음 세 번째 잔으로 무슨 와인을 마실지, 그리고 가볍게 먹을 안주가 어떤 게 있을지 고민을 할 정도로 심적 안정이 된 듯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젊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닌데, 어쩐 일인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옆 쪽에서 한 백발의 어르신이 내 앞으로 오면서 테이블 앞에 자신의 잔을 올렸다.
"아,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왠지 오늘은 죽음이 가까운 곳에서 한 잔 하고 싶었어요."
내 목소리가 컸을 수도 있지만 이 노인의 동료인 듯 한 두 명이 내 목소리에 끌린 듯 내 테이블로 오면서 말을 했다.
"허허, 이 녀석 보게. 재미나구먼. 그래서 여기에 왔단 말이지? 허허"
내 테이블은 순식간에 백발노인 세 명에게 점거당했다. 나는 이런 방식이 독일의 노인들이 테이블을 뺏는 방식인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나도 다음에 노인이 되면 이런 방식을 써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며 기억해 두기로 한다.
"여기는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이 오는 곳이 아닌데, 우리 같은 동네 양아치 같은 놈들이나 오는 곳이라고. 그것도 동양인 젊은 친구가... 특이하구만"
한 노인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 명함의 주소를 보니 독일이 아닌 태국이었다.
"나는 태국에 작은 섬을 가지고 있다네. 그리고 거기에서 레스토랑도 하고 있지. 물론 관리는 태국인이 하고 있어. 나는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한 거고 말이야. 그래서 동양에 대해서는 조금 잘 알고 있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먼저 내 패를 깐 거라네."
나는 그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대답했다.
"전 한국인이에요. 한국은 와보셨나요?"
노인 세 명이 동시에 나를 봤다.
"한국이라, 나는 세네 번 정도 간 것 같네."
"저기 나도 딱 한 번 갔었어. 젊었을 때 출장 갔었지."
"나는 올림픽 때 아내와 다녀왔었어. 그때 딱 한 번이었지:
다들 한국에 대한 경험이 있다. 다행이었다.
"와, 다들 한국에 와보셨군요. 저는 뮌헨은 처음이에요. 물론 독일은 많이 왔지만. 그나저나 이 리슬링 와인 참 좋네요. 한 잔에 1.8유로인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프레시한 느낌의 리슬링 와인 맛보기 힘들거든요."
그러자 멀지 않은 쪽에 있는 카운터 쪽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한스. 우리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줘요. 이 뮌헨 주변에서는 가장 좋은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리슬링 와인이라구. 매년 미국 등에서 대량으로 가져가서 사실 뮌헨 외의 다른 독일 지역에서는 쉽게 마실 수 없는 와인이라고 말이죠."
뭔가 덫에 빠진 느낌이었다. 주인까지 끼어들어서 이렇게 까지 리슬링 와인을 추천한다면, 세 번째 잔으로 마시려 했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주문해 마시기는 애매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이봐, 여기 꼬마 손님은 여행객 아닌가. 리슬링 와인을 두 잔이나 마셨으면 다른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 하지 않겠나. 내가 사겠네. 여기 친구에게 묵직한 펀치를 가진 얼마 전 받은 말백 와인 한 잔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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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글쓰기가 귀찮아서 여기까지만 대충 씁니다.
다음에 글 쓰고 싶을 때 이어 쓸게요.
휴, 이 정도로 이번 마감일은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