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Oct 17. 2020

산에서의 마지막 밤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그는 말했다. 

"봐, 눈이 내리는 이 산을. 마침 우리가 여기 올라올 줄 알고 내가 하나님께 부탁해놨지. 후훗. 이 산은 한국 지방에 있는 작은 산이지만 예전에 내가 올라갔던 알프스 산맥에 있는 여러 산 중 하나를 보는 것 같아. 루체른, 마터호른,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락스라던가 슈넨 베르크. 직접 가보면 외국 산들도 한국 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굳이 비싼 돈 주고 외국에 갈 필요 없어. 물론 나처럼 외국에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것 이겠지만. 하하. 여하튼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이 봉우리들 하며 실로 우거진 수목들. 산을 참 지겹게 다녔지만 한국의 작은 산들도 참 멋지단 말이지. 물론 내가 워낙 정력이 좋은 탓에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오른 탓도 있지만. 어때? 오길 잘했지? 아, 아, 만약 나는 죽는다면 산에서 죽을 거야." 

그녀는 이미 그의 허세를 수년째 들어오던 터였다. 

"그래." 

그녀는 혀를 끌끌 차면서 대답했다. 그녀가 그의 말에 하도 혀를 많이 차며 대답하는 바람에 그녀가 다니던 병원의 그녀 전담 비뇨기과 의사인 k와 그녀가 달콤한 하룻밤을 보낸 것을 그는 몰랐다. 그리고 그가 산에서 죽기 전에 그녀의 혀가 먼저 없어질지도 모를 꺼란 것 역시도. 그리고 그녀가 그보다 그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는 그가 산에서 죽기 전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언노운 맨 (unknown man)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