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한참 동안 나를 보고 있던 것 같던 그녀가 입을 떼었다.
"처세술 관련 서적이라던가, 드라마 같은 거 멍하니 보고 있는 사람들 보면 난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는 거 있지."
마침, 나는 <나는 사실 유부남이다.>을 읽고 있었다. 분명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으리라. 이 책의 작가는 어릴 때부터 궤변을 말하길 좋아했고 그것으로 예술을 하는 일부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제법 이름 날리는 천재 작가였다. 나 역시 그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따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최근 그의 에세이와 처세술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왜 또 시비를 거나 싶었지만 달콤한 나만의 일요일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그냥 무시하고 책장을 넘겼다.
"당신도 참 한심해. 그렇게 방구석에 엎드려 다른 사람들을 흉내 낼 생각 말고 당신이 직접 크리에이티브하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지 않아? 김연아가 쓰는 화장품을 쓴다고 김연아가 되지 않고, 이병헌이 저축하는 은행에 저축을 한다고 돈이 불어나지는 않아.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은 그저 자신의 이미지를 일반인들에게 팔아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거야. 당신이 보고 있는 그따위 책들, <이것만 따라 하면 당신도 찍사 고수>, <여자 친구에게 사랑받는 방법>, <일주일에 10kg 빼는 멸치 다이어트>, <반신욕은 이틀에 두 번만> 아무리 읽어봐야 그들처럼 될 수없다고."
나는 좀 화가 났다.
"너 말 잘했다. 어떤 일이던 시작이 필요해. 그림을 그리던 글을 쓰던 운동을 하던 처음 시작은 있어야 하는 거야. 나는 그 시작점이 책일 뿐이라고. 방해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나의 말에 그녀는 얄밉게, 아주 얄밉게 피식 웃고는 바로 대답을 했다.
"당신 책장 좀 봐. 그런 책만 20권이 넘어. 대부분이 뭐라도 해보자는 책인데 나랑 연애하는 3년간 그 책들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변한 게 있어? 열심히 운동해서 배에 근육을 탄탄히 만든다던 당신 스스로와의 약속은 축 늘어진 뱃살로 대답이 돌아왔고, 반신욕을 해서 건강해지겠다고?!?! 당신이 산 그 반신욕조, 요즘 강아지 목욕할 때만 쓰잖아. 게다가 일 년에 일억 벌기? 하하, 지금 일 년 만에 주식으로 날린 돈이 얼마야. 그중 절반은 내 돈인 거 알지? "
나는 숨이 턱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남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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