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그래, 내가 살면 얼마나 살아.' 라며 그는 마스크를 집어던졌다. 순식간에 그의 입과 코로 미세먼지가 흘러 들어갔다. 그는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을 느끼는 동시에 매스꺼움도 느꼈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는 매운맛의 먼지에 눈물을 흘려가며 자신이 버린 그 마스크를 바닥을 더듬거려가며 찾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상황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눈을 최대한 가린 채 그를 지나간다. 심지어 바닥을 더듬거리며 마스크를 찾는 그의 손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가 크게 비명을 질렀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의 마스크를 찾아주지 않는다. 하늘은 점점 더 황색으로 변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내뱉던 기침이 잦아진다. 그는 문득 작년에 베니스에서 마셨던 1998년 빈티지의 그라빠를 떠올린다. 브랜드도, 도메인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간절히, 정말 간절히 그 첫 한 모금의 맛을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