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길이 덜 힘든 회사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조직문화 몇 가지
회사 생활은 누구나 힘들다.
그래도 회사를 꼭 다녀야 한다면, 그나마 월요일 출근길이 덜 힘든 회사라면 어떨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한 명 한 명 팀원이 늘어나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연해졌다가 단단해지며, 우리의 조직 문화를 함께 정의하는 일들 말이다.
예전에 근무했던 결혼 준비 플랫폼 회사에서 매력적인 조직 문화를 경험했었다. 참 치열하고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함께 일한 동료들이 좋기도 했고, 특히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조직 문화와 힘썼던 리더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우리 팀의 문화가 백지 상태인 무렵, 그 회사에서 경험했던 좋은 문화를 이식(?)해서 월요일 출근길이 싫지만은 않은 팀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구성원의 공감과 동의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입한 제도를 다수의 힘으로 유지하고 우리의 핏에 맞게 다듬어서 건강한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조직 문화가 정착하기까지는 식물을 키우듯 씨앗을 심고, 물을 뿌리고, 때마다 분갈이를 해주어 튼튼한 뿌리를 내리도록 애써야 하는 것이다.
아래에는 우리 팀이 이 과정을 거쳐 정착시킨 몇 가지 사례이다.
제 3의 면접, 문화면접
첫 번째는 우리 팀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도입한 문화면접 제도이다.
문화면접은 지원자와 팀 구성원 여럿이 함께 참여한다. 슬랙(Slack)에 지원자 포지셔닝과 문화면접 일정을 사전 공유하면, 팀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젯거리는 MBTI, 스트레스 해소 방법, 취미 생활, 갈등 상황 등 굉장히 캐주얼하고 다채롭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지원자와 팀 구성원이 진솔한 쌍방향 대화를 통해 ‘우리가 동료로서 함께 했을 때 핏이 잘 맞을지’를 미리 가늠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면접이 끝난 후에는 참석한 팀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가부를 투표한다. 이 때 한 명이라도 ‘No’가 나온다면 더 이상 채용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미 대표면접에 합격했다고 해도 말이다.
이지랜딩을 위한 몇 가지 장치
이사를 하면 평소 쓰던 에너지의 7배를 더 쓰게 된다고 한다. 신규 입사자가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긴 채용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우리 팀에 합류한 신규 입사자. 중도 이탈을 막고 조직에 잘 랜딩시키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 원데이 튜토리얼 : 게임에도 첫 로그인 시 세계관 소개, 아이템 장착, 조작 방법 등을 설명해주는 튜토리얼이 있는 것처럼 출근 첫 날에 깨야하는 5가지 퀘스트를 제공한다. 웰컴 인사, 오리엔테이션, 팀원들과 점심 식사, 매장 투어, 팀 리더와 티타임으로 구성돼 있다. 첫 출근의 긴장감과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5가지 퀘스트를 마치면 소액의 커피 기프트 카드로 보상한다. 현재까지 신규 입사자들의 반응이 좋아 특별한 변동없이 입사 시마다 시행되고 있다.
• 온보딩 : 출근 첫 날에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인사 담당자가 조직 구성, 근무 제도, 복지, 생활 수칙 등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근로계약서 작성, 입사 서류 제출과 함께 진행된다.
• 이지랜딩 미팅 : 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미팅이다. 팀 리더와 인사담당자가 각 미팅을 1:1 형식으로 진행하며, 정해진 질의응답 형태가 아닌 입사자가 근속 기간 내 느낀 바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상대방은 이를 경청하고 이슈가 있을 경우 해결책을 마련한다.
회식 말고 문화로 뭉치는 문화데이
술-고기-술-고기… 단합을 위한 회사 밖 프로그램은 정녕 회식 밖에 없을까?
함께 낯선 것을 경험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면 어떨까?
북토크, 체험형 전시, 명상 등 비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며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프로그램은 팀원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구성된다. 이제는 팀원들이 먼저 문화데이 하자며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역시 회사 밖이 좋은 것인지도..? (ㅎㅎ)
익명으로 건의하고 다같이 해결하는 해피아워
여럿이 매일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면 예상치 못한 불편을 겪게 된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하거나, 싱크대에 텀블러를 방치두거나, 티슈를 리필해놓지 않거나, 회의실을 사용하고 정리하지 않는 등 사소하지만 불편한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해피아워’이다. 격주 목요일마다 모여서 그동안 올라온 익명 건의함(노션)을 열어본다. 안건이 없을 때는 다과를 곁들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오랜만에 모였을 때에는 쌓여있는 안건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눈다. 그동안 올라온 안건 중 대부분은 해피아워를 통해 해결되었다.
그 외에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병목 해소를 위한 ‘원온원(1on1)’, ‘티타임’ 미팅이 있다. 프로젝트 종료 후 또는 연말에는 ‘회고’를 통해서 결과를 마주하고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한 자리를 따로 갖는다. 모든 소통은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dor, 킴 스콧)을 기반으로 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여러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이란 생각이 든다.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뿌리 내린 조직 문화가 자연스럽게 작용하여 우리를 하나의 팀으로 융화시킨다. 팀원들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회사는 각기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목표(라고 쓰고 매출이라고 부름)를 위해 맺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건강한 조직이 있는 반면, 문제를 수면 아래에 묻어두어 점점 곪아가는 조직도 있다.
나이, 성별, 직급, 연차를 떠나서 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말할 수 있고, 의견이 다르다면 건강하게 부딪칠 용기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조직 문화.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는 그런 사람들과 문화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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