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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D Feb 17. 2019

05. 법대 나온 나부랭이의 콘텐츠 제작기 (3)

바보야, 문제는 아이덴티티야!

1. 유행하는 말,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
2. Key take away를 분명하게 표현할 것


이 두 가지를 알게 되었을 당시는 회사에서 야심 차게 시작한 일반인 대상 강연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당연히 모든 콘텐츠의 목적은 홍보였고, 업로드 또한 강연 전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간에 가장 쫓기던 시기였지만 역설적으로 전체 콘텐츠 일정 및 구조, 그리고 소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던 속 편한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강연은 끝났고, 다시 오픈할 때까지 공백기가 생겼다. 페이지를 통해서 무엇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문제의 발견 : 우리, 뭐 하는 곳이야?


페이스북 페이지와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아니 그것보다, 이 넓은 세상에 우리 페이지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 걸까?






1. 가설의 설정 : 선배 같은 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목적은 물론 회사와 서비스를 알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지만 '나 같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일단 나는 교육 체계가 없는 (아니, 현실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고 보는게 맞겠다) 스타트업의 신사업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C레벨을 제외하면 비슷비슷한 연차들이 속한 조직이라 업무 노하우는 물론, 외부 미팅 등등 부가적인 사항까지 모든 것을 맨땅에 헤딩하면서 경험적으로 터득해야 했다. 말이 경험이지..깨지고 욕먹으면서 "아 이렇게하면 안되는거구나"를 알게 되었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스타트업 열풍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스타트업은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되었다. 그동안은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만 뛰어들었던 스타트업이라면, 최근에는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목표로 삼고 졸업 후 곧바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나같이 경험적으로 터득하며 일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이런 맥락에서 나는 우선 '우리 페이지는 [직장 사수]가 되어야 한다.'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페르소나 = 결국 '나'



2. 검증 : 고객 니즈, 그리고 경쟁사의 현황 조사


하지만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과 관점에서 나온 가설일 뿐, 무턱대고 여기에 올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1) 고객 니즈 확인과 2) 경쟁사 현황 조사를 통해서 검증해보기로 했다.


우선 고객 니즈 확인의 경우 직장인 커뮤니티의 고민글을 찾아보는 한편, 주변 직장인들과 캐주얼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찾아보았다. (※ 조사 결과들은 '18 여름 기준이므로 지금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사 결과 리스트. 진짜 나도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런 고민들


고객 조사 결과 : 일상적인 문제가 진짜 문제가 되다.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일상, 관계, 그리고 문화적 풍토가 되겠다.


먼저, 사람들이 직장 내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은 따지고 보면 대단히 일상적인 주제라는 점이다. 직장 내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들. 예를 들면 문과 나온 기획자가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 과장님하고 외근 나갈 때의 사소한 비즈니스 매너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처럼 비교적 신생 기업에서 일하는 주니어들은 이런 것을 배울 방법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굳이 교육이 아니더라도, 경험자들로부터 적절한 조언을 얻는 방법으로도 이런 일상적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관계적 이슈와 문화적 풍토 때문이었다. 


관계적 이슈란 바로 사수나 다른 직장 선배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마는 반복되는 실수로 인해 선배들의 신뢰를 잃고 타박만 당하는 경우, 혹은 애당초 서로 성향이 안 맞아서 소통이 끊어져버리는 경우 말이다. "니가 그렇지 뭐." 혹은 "그것도 못하냐?"하는 선배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도움을 청한다는 건 대부분의 주니어들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맨땅에 헤딩하는 것을 일종의 통과의례로 보는 풍토도 일상적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 마디로 "원래 그 연차에는 다 그래"로 모든 문제를 퉁치는 문화로 인해 모든 것을 혼자서 견뎌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한 장 요약 :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가 진짜 문제가 됨



경쟁사 현황은 직무교육으로 유명한 F사를 필두로 총 5개 업체의 강의 분야, 강사(전임 강사인지 실무자인지, 그리고 background), 커리큘럼, 강의 지향점 등을 분석했다.(다른 업체들은 분석 대상과 큰 차별성이 없었고, 기존 교육 업체인 ㅎ넷, 생ㅅㅅㅂ부 등은 분야가 달랐기 때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황분석 feat. 노가다


경쟁사 조사 결과 : 고객의 실제 문제와 해결책 사이의 갭



경쟁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었다. 


1. 업무 skill up 강연 : 카피라이팅, 페이스북 마케팅, 직장인 필수 엑셀 등

2. 퇴사 관련 감성 강연 : 마음진단 워크샵, 나 다움 발견하기 등

3. 부업 강연 : 회사 다니면서 스타트업 준비하기, 월급 외 10만원 더 벌기, 유튜버 되기 등

4. 이직 위주 커리어 컨설팅 : 헤드헌터가 알려주는 이직의 기술 등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바로 경쟁사의 교육은 '개인'과 '미래'에 집중된 것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업무 기술을 높이고 주머니 사정을 개선하며, 개인이 추후에 퇴사/이직할 수 있도록 돕는 강연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지금' 내가 직장을 다니며 겪는 '일상 문제'에 대해서는 해답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고객의 실제 문제와 시장이 제공하는 솔루션 사이에 갭이 있는 것이다.(WOW!)


한 장 요약 : 고객의 문제와 시장이 제공하는 해결책의 불일치






물론 light하게, 그것도 혼자 진행한 분석이므로 실제 고객의 니즈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가설과 검증을 통해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한 마디로 직장'생활' 그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는 곳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고객은 현재 직장에서 겪는 일상적인 문제들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2. 이는 개인의 역량과는 무관한, 여러 원인이 혼재된 이슈임

3. 하지만 기존 교육 브랜드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는 다른 교육을 제공하고 있음
- 단순히 개인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거나
- 추후에 회사를 떠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 현재 본업 이외의 일에 대해 교육하고 있음


그래서 우리 페이지는 직장 사수같은 페이지가 되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어쩌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직장생활 가이드북]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럼 그 이야기라는 걸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가 또 문제인데.. 그건 다음에 다시 정리해야지.



[직장생활 가이드북]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맞춰 끄적거려본 페이지 소개글. 일종의 브랜드 선언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언급하며 글을 마친다.


‘오늘’의 나를 위한 조언

퇴사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밖으로 탈출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텐데 요즘 퇴사는 하나의 힙한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오늘 회사에서 내가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고 앞으로 내 커리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네 연차엔 다 그런 거야”, “일단 참고 견뎌봐”라는 식상한 조언들 뿐이었죠.

지금 직장에서 살아남기, 그리고 커리어 방향 제대로 설정하기.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당신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큐레이션 합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할 자리를 만듭니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을 초청해 강연도 합니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해서. 당신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해서.
당신이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직장생활의 가이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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