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1)
'어떻게 해야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요즘같이 수많은 해법이 존재하는 시대도 또 없을 것이다. 언제는 빅데이터가 대세라고 하다가 누구는 또 브랜딩이 전략을 이긴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OKR을 통한 세심한 성과관리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여러 가지 기술들까지 뒤섞여 선택지는 더더욱 확장되고, 그 속에서 대체 무엇을 해야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조직, 더 발전된 회사가 될 수 있을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이하 'Good to great')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해서 꾸준히 해나가자'는 것으로, 결국 본질에 관한 내용이다. 요즘 같은 솔루션 과다의 시대에 딱 좋달까나.
Good to great가 말하는 '본질'이란 크게 여러 단계로 형성되는 일종의 습관, 사이클이다. 이번 글과 다음 글을 통해 Ready - Get set - Go로 간략히 나눠 정리해보고자 한다.
회사의 목표나 전략보다 사람부터 신경 쓰라고 Good to great는 조언한다. 버스 행선지보다는 버스를 제대로 몰 사람들을 먼저 태우라는 것인데, 그들은 바로 '단계 5의 리더', 그리고 '적합한 사람들'이다.
1) 단계 5의 리더 : 집중할 줄 아는 사람
Good to great에서는 리더의 레벨을 다음과 같이 총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 : 뛰어난 개인
2단계 : 협업에 능한 팀원
3단계 : 역량 있는 관리자
4단계 : 성과를 내는 리더
5단계 :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갖춘 경영자
별 차별점이 없는 Good을 Great로 탈바꿈시키는 리더는 단계 5인데, 이들은 한 마디로 '일과 성과에 집중'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겸손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잘 되면 남 탓, 못 되면 내 탓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마인드는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 칭찬받을 요소이기도 하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즉, 자기를 드러내며 에고를 충족시키는 활동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 힘을 모두 비즈니스 성공과 관련된 행위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사업가, CEO라는 명함 가지고 이런저런 미디어에 기웃거리며 얼굴 알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본분에 충실한 사람들이 바로 단계 5의 리더의 한 특징인 것이다.
그리고 단계 5의 리더는 실패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것이 정신승리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해 본인과 조직이 대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시장 상황 때문이니, 운이 안 좋았느니 이런 얘기를 해봤다 달라지는 것도 없을뿐더러 나와 조직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없는 것이다.
단계 5 리더에 관해서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성과 창출에 시간과 역량을 집중시키는 사람'
여담으로 요즘 회사에서 운영 중인 조직문화/구성원 진단 서비스의 분석 결과도 이와 비슷해서 참 재미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 인생은 풍요로울 수 있으나,
커리어 측면에서의 성과 창출에는 다소 약한 면을 보였다.
이는 창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창업 후 작게나마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CEO들은 공통적으로 다소 외골수적인 성향이 있었다.
이렇게 보면 단계 5 리더와 그런 자질을 품고 있는 사람은 요즘 같은 자기 PR, 퍼스널 브랜딩 시대에 정면으로 반하는 존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묵묵히 일만 하니 당연히 자기 PR에는 관심도 없고 할래도 이야깃거리가 없다. 성과가 나도 팀과 타인에게 공을 돌리거나 '운이 좋아서 그렇다'라고 하니, 아무리 낭중지추라고 해도 일부러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는 한 그의 역량이 드러날 수가 없다.
게다가 '리더'하면 어떤 단어와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도 '카리스마', '추진력'같은 것들일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요소들을 리더십의 덕목으로 여기기도 하니, 이를 충족시키면서 백그라운드가 좋은 인물이 있다면 당연히 리더로 낙점된다. 리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측면에서 봐도 단계 5 리더가 부각될 무대가 지극히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계 5의 씨앗을 품은 사람들은 조용히 성장 중이고, 어떤 계기만 만나면 그 성장은 가속화된다. 그리고 그들은 조직과 비즈니스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성찰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백그라운드가 좋고 또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낸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 후보군에 내부에서 묵묵하게 성장한 사람도 넣어보는 것도 어떨까.
2) 적합한 사람들 : 채용의 중요성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세 가지 단순한 진리를 이해했다.
첫째는 '무엇'보다 '누구'로 시작할 경우 변화하는 세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을 보고 버스에 탄다면, 만일 (중략) 방향을 바꿀 필요가 생길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둘째,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 (중략) 그들은 내적 동력에 따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최선의 성과를 일구어 내며 큰 일을 창조하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셋째, 부적합한 사람들을 데리고 있을 경우, 올바른 방향의 발견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략) 큰 사람들이 없는 큰 비전은 쓸모가 없다.
전에 읽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무엇이 성과를..'와 'Good to great'는 모두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라."는 것. 다만 여러 기업들의 비교 연구를 통해 대원칙을 제시한 후자와 달리 전자는 적절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섞여있다면 어떻게 문제점을 측정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다룬 것이 차이점이다.
또한 두 책 모두 '채용'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문화를 만들기 이전에 적절한 사람들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Good to great에서는 '적합한' 사람이란 역량보다는 가치관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소위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라는 말이 떠올라 괜히 쓴웃음이 나온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적합한 사람'을 규정할 때 특별한 교육적 배경이나 유용한 기술, 전문적인 지식, 작업 경험보다도 품성에 더 중점을 두었다.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은 가르치거나 터득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성격이나 노동 윤리, 기본적인 지능, 헌신적인 책임 완수, 가치관 같은 차원의 것들은 타고나는 면이 강하다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흥미로운 케이스는 서킷 시티의 배송기사 이야기다. 소위 '브랜드 경험 설계'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킷 시티의 앨런 워츨과 실로의 시드니 쿠퍼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워츨이 초창기의 많은 시간을 버스에 적합한 사람을 태우는 데 초점을 두고 보낸 반면에, 쿠퍼는 자기 시간의 80%를 사들이기 적합한 가게를 찾는데 초점을 두고 보냈다는 것이다.
(중략) 쿠퍼의 제1목표는 최대한 빨리 성장하는 것 뿐이었다.(중략) 서킷 시티는 배달차 기사에서 부사장까지 모든 직급의 적임자들을 확보하는데 큰 강조점을 두었다. 실로는 제품 손상 없이 집까지 배달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을 잘 못한다는 평판을 얻었다. 서킷 시티의 댄 렉싱어는 말한다.
"우리는 배달 기사들을 업계 최고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했지요. '당신들이야말로 고객들이 서킷 시티와 만나는 마지막 접촉선입니다. 우린 당신들에게 제복을 제공할 겁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면도를 하고 땀냄새를 풍기지 말라고 요구할 겁니다. 당신들은 프로가 될 겁니다' 배달시 기사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서킷 시티와 실로는 본질적으로 똑같은 비즈니스 전략('무엇'이라는 문제에 대한 똑같은 답)을 갖고 있었지만, 서킷 시티는 (중략) 전체 주식 시장을 18.5배 앞지른 데 반해서, 실로는 외국회사에 인수당했다. 같은 전략, 다른 사람이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모든 고객 접점에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브로슈어, 패키지, 유니폼 등 시각적 요소는 물론, 실무자들의 애티튜드까지 조정하는 것이 경험 설계다.
이런 활동들이 소기의 성과로 연결된다고 했을 때, 이전에는 단순히 판매나 성과성과 노래 부르지 않고 장기적인 '브랜드 관점'에서 모든 것을 설계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애초에 '적합한 사람'을 확보했기 때문이 아닐까. 소위 '브랜드 관점'은 디자인이나 마케팅 등 실무 영역의 이야기고,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가 가져가야 할 시사점은 '어떻게 적합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유지했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