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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제이쿠 Jul 26. 2021

"타이밍이 좋았다"

청소하다 다칠 일이냐고?!!


최근 갑자기 손가락을 베는 바람에 2주간이나 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 청소하다 손가락을 벤 것인데, 어째서 살점이 들릴만큼 벴는지 아직도 이해는 되지 않는다.


사건 다음날은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돼있었고, 예상치 못한 일에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소독약을 찾고 응급처치를 하다가 시간이 허비될 것 같아 얼른 거즈를 감고선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평소에 이런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처치하고 꿰매면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피부과로 갔더니 외과로 가라고 하시질 않는가. 우리 동네에 외과는 어딨으며 찾아 헤맬 생각을 하니 막막해서 선생님께 혹 외과가 어딨냐고 여쭤봤다. 저도 잘 모르는데, 국민은행 쪽에 외과가 하나 있는 걸 봤다고 하시더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외과로 향했다.

동네에서 오래된 병원이었고, 도착하자마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속으로 '낼 여행 갈 수 있겠다'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선생님께서 며칠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청소하지 말걸 그랬어요"라고 했더니 "다치려면 그래요(다치려 치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도 일어난다는 맥락이었다)"라고 하시는데, 난 왜 그 말씀이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더라.


그 일로 여행은 결국 못 갔으며, 며칠 내내 병원 치료와 함께 실밥 풀 때까지 꼬박 2주가 걸렸지만 마지막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타이밍이 좋았다'.


그 시간에 다쳐서 원장님이 딱 나가시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 병원을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친절한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병원 안내를 받을 수 있었던 것. 놀러 가기 전에 다쳐서 병원부터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었음 대수롭지 않게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덕분에 지금은 새살이 돋고 흉터도 없어지는 중이다.


아,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는 이런 일을 겪어봐야 병원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처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료에는 어느 정도가 걸리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경험치가 아닐까라는 생각.


아니었음 이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흐르는 피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을 수도 있고, 동네에 어느 병원이 있는지 조차 몰라서 검색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냈을 수도 있겠지.


그런 점에서 그날의 사고는 타이밍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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