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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Apr 21. 2022

제가 갑상선 암일 수도 있다고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요

지난 1월 회사 건강검진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았다. 결과는 6.2mm 결절이 있단다.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냐 물으니 결절은 워낙에 흔해서 큰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지난 2017년에도 결절 소견을 받았던지라, 크기 등 데이터 좀 비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데이터가 없단다. 선생님은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은 것 아니냐 반문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왜냐면 건진에서 발견된 결절로 사외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던 기록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자꾸 말해봐야 알아볼 마음이 없는 상대를 설득하기 번거롭고 짜증이 나서 대충 알겠다고 하고 검사실 문을 나섰다.


며칠 후 집으로 배송된 결과지에는 갑상선 결정 상세 확인을 위해 내원하라고 쓰여 있었다. 추가로 폐 결절도 몇 개 있다는 소견이어서, 먼저 흉부외과를 예약하고 방문했다. 교수님은 결절의 크기가 약 3mm 정도여서 이상 없다고, 1년 후 추적관찰하자고 했다. (전 글 참고) 웃으며 폐 진료를 마치고 며칠 뒤, 갑상선을 재검사하러 동네에서 제법 크고 유명한 병원을 찾았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또 예약하기에는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없고 별 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동네 병원을 방문해보니 마침 2017년 시행했던 초음파 자료도 있어서 비교해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결절이 자랐네요? 17년엔 3mm였던 게 지금은 7mm가 되었네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5년 만에 4mm밖에 안 자랐으면 얼마 안 자랐네.’ “모양도 조금 비죽비죽해서 걱정스럽네요. 수술해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침검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물으셨다. “네 진행해주세요.” 침착하게 답했다. 내가 암일 수도 있다니? 늦게 출근한다고 신나서 룰루랄라 병원에 온 나였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선생님은 익숙한 듯 목 아랫부분에 바늘을 찔러 넣었고, 조금씩 휘저으면서 몇 개의 세포를 추출해냈다. 고통스러울 줄 알았는데 약간 따끔하고 마는 것을 보니 실력자이심이 분명하다. “결과는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 안에는 나옵니다. 전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재작년 9월, 담낭암으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면서 현실감이 잘 들지 않았다. 이걸 아내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영화를 보면 가족들을 걱정시키기 싫어하는 주인공이 끙끙 앓다가 최후에 가서야 털어놓기도 하던데,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만약 아내가 이런 진단을 받았을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절대로 이 소식을 안 듣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와이프는 수업 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못 받은 게 잘된 건가? 이래저래 아리송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를 보면서 아점먹었다. 평소처럼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보면서 먹었는데 과연 이게 내게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밥을 다 먹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늦은 출근길에 올랐다.


엄마 손을 붙잡고(이제 다 커서 내가 붙잡아드렸다) 암병동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던 나였기에, 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모습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장을 입은 사람도 있고, 등산복을 입은 사람도,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다. 뭔가 초췌하거나 힘겨워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놀라우리만큼 평범한 모습이어서 뭔가 더 슬펐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인생, 저것도 인생이라는 것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깨달았던 것 같다.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다 같은 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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