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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Jan 27. 2023

갤럭시 Z폴더 액정 수리기

저는 비로소 진정한 폴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갤폴드 3을 만 1년 좀 넘게 사용 중이다. 평소에는 접어서만 쓰고, 주말이나 여행을 떠날 땐 펼쳐서 영화도 보고 글도 썼다. 나는 폴드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만족감이 너무 커서 폴드 전도사가 되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 나를 따라서 구입한 사람들도 많다. 실은 업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이폰에서 넘어온 건데(PC의 경우 맥북과 아이맥만 사용한다), 폴드를 사용하고부터는 아이폰 생각이 전혀 안 난다. 아내가 부럽지가 않다.


그러던 중 어젯밤, 폴더를 열어젖히는 순간 뿌지직하는 느낌과 함께 화면 한가운데에 줄이 쫙- 갔다. 이런...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라는 걸 느꼈다. 당황하기도 했지만 좀 억울했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휴대폰을 펼치고 닫았을 뿐이었는데...(아니 그러라고 개발한 제품이 아니던가?)


구글링을 해보니 나와 비슷한 사례들이 종종 나왔다. 흰지 설계 자체에 이슈가 있는 것 같기는 했으나 서비스센터 방문 시 힌지에 조금이라도 스크래치가 있으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수리비는 60여만 원이라고. 뭐 출고가를 생각하면 대충 감은 온다만,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걍 열지 않고 쓰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퇴근 후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엔지니어분은 폰을 이리저리 살피시더니(아마도 힌지에 큰 찍힘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 같음) 다행히 구비된 부품이 있어 액정을 교체하겠다고 하셨다.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작업은 40분 정도 소요될 테니 쉬고 있으라고 하셨다.


동탄 서비스센터는 크고 널찍했다. 쉬는 동안 읽을만한 책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찰스 디킨스의 '스크루지 이야기(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었다. 찰스 디킨스는 12살에 구두약 공장에서 노동했어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나 성공을 만드는 건 '인간이 처한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믿고 몸소 실천하여 증명해 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아들을 키울 생각에 동화에 관심이 생겨 종종 읽곤 하는데,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주는 내용이 대다수라 이야기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도 느끼고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아들을 위한 동화를 한번 써 보고 싶다.


동화 몇 편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내 이름이 불리고 있었다. 폰은 새것처럼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 내부 폴더블 액정은 새 부품으로 교체되었고 바깥 부분의 디스플레이 또한 교체했다고 했다. 문제가 있던 흰지는 물론 교체되었으며 뒤판(은색)도 변색이 있어 전부 새 부품으로 교체됐다. 엔지니어님 말로는 내부 회로만 유지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 했다. 심지어 교체된 액정에는 보호 필름까지 붙여주셨다.


난 한층 더 업그레이된 Z폴더 찬양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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