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이라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특히나 가족 사이에서 조심해야 하는 말
무조건, 조건이 없다는 이 말은 때로 무섭게 느껴진다.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말은 개인 혹은 상황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네가 어떤 상황이건 간에 난 모르겠고) 무조건 -해야 해. 당신은 남편이니까 무조건 가족에 성실해야 해. 난 부모니까 무조건 힘든 티를 내서는 안돼 등...
안 그래도 힘든 인생인데 이렇게 딱딱한 생각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여유마저 빼앗아 버린다.
생각이 딱딱한 사람들은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어서 생각이 딱딱한 거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못 믿겠다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볼 것.
더 잘할 수도 있고 더 행복할 수 있는데 너무 움츠러들고 긴장한 나머지 쉬운 일까지 굳이 어렵게 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강인하지만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무조건 - 해야 해! 가 아니라 상대가 -하는 걸 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
-가 무엇이 될 수 있느냐? 뭐든 될 수 있다. 가령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 그렇다. 넌 내 아내니까 무조건 나를 사랑해야 해! 가 아니라 내 아내가 본인의 남편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내 행동이 변화해야만 하며 조금씩 변하는 나의 행동에서 아내는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천천하지만 감동적인 과정을 통해 서로는 큰 기쁨을 맛보게 되는데 이는 말로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아들을 키우는 과정도 비슷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들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만, 성인이 되어 스스로 판단이 가능할 때까지는 그의 가치관과 삶을 살아내는 자양분은 충분히 공급할 것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K-장남으로서 무언의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집에 가서는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고 부모님 사이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때로는 샌드백, 때로는 중재자가 되어야만 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싫었다.
내 아들은 넌 아들이니까 무조건-해야 해!라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정신을 유지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