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련회를 마무리하며,
지난 2박 3일 간 경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다녀왔다. 교사로서는 처음 가 보는 수련회이기도 했고,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 19를 겪으며 나 역시도 수련회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조금 피곤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추억 많이 쌓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내 기분도 들떴다.
우리가 도착한 경주 화랑마을은 신화랑을 육성하겠다는 교육 목적 아래 건립된 청소년 수련 시설이었다. 쾌적하고, 청소년 지도사분들도 친절해 아이들도 재밌게 잘 지내다가 온 것 같다. 또한 야외 방탈출, 국궁 쏘기, 북 연주하기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평소 앉아서 공부만 하던 아이들에게 못 보았던 표정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다 함께 즐겼던 레크레이션, 평소 감춰왔던 끼를 마음껏 드러낸 장기자랑, 무대에 서서 진행자와 주고받는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들, 쉬는 시간 친구들과 떠들며 공놀이를 하는 시간들··· 일상에서 벗어나 즐겁게 이 순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큰 해방감과 기쁨을 느끼는 듯 했다.
우리는, 특히 학생들은 정말 많은 시간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용한다.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분주하게 보내곤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일상을 벗어나 현재를 온전히 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지치지 않고 달려나가려면 내력, 즉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런 ‘내력’, 내면의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잡히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걱정하며 시간을 쏟기만 하는 이들에게는 내면의 힘이 길러지기 어렵다. 아이들에게는 이번 수련회가 삶에 동력을 주는 ‘현재를 사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 나에게는 어떤 순간이 그러한 실존의 시간일까? 지금 이 순간 먹고 마시는 것, 이 공간의 공기와 분위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아닐까?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상들에 골몰하며 기록할 수 있는 이 여유와 시간에 감사하다.
지금 내 눈앞에 놓여 있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라즈베리 크림이 잔뜩 채워져 먹음직스러운 마들렌과 당근 라페가 들어간 샌드위치에 온전히 집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