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가 이토록 청명할 수가 없다.
파랗고, 높고, 맑은 하늘을 보고 있고자 하면 마냥 행복해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당장 어디라도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마음이다.
글을 안 쓴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서, '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하고 갤러리를 뒤적여보았다.
너무 예쁘고, 소중하고, 단란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동물원에 가서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기도 하고, 야경이 아름다운 호수공원을 걷기도 하고, 서서히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을 올라보기도 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포슬포슬한 푸딩 빙수를 먹기도 하고, 속썩이고 마음 쓰게 하던 이에게 바나나 우유를 선물 받기도 했다. 퇴근하고는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요즘 관심 있는 경제 공부를 하고 책도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싫어 꼼지락거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쳐 배시시 웃는 아이들, 할로윈이라며 교무실에 와서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평소 많이 어둡고, 울적해하는 아이와 벤치에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예쁜 단풍 사진을 찍었던 것도, 쪼르르 달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지금은 가르치지 않는 3학년 아이들도.
떠올리니 입가에 미소만 남는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는, "사람들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 해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 만큼 오래도록 소중한."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씩은,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삶이 고단할 때면, 그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낸다.
삶이 언제나 순탄하고, 아름다울리만은 없겠지만 나중에 이 순간, 지금 이 가을을 되돌아보면 '모든 게 참 사랑스러웠지'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막히던 출퇴근 길도, 속 썩이고 말 안듣는 아이들도, 하하호호 웃으며 과일을 나누어먹던 선생님들도 모든게 너무 그리울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내 첫 학교에서의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않고
소중하게 기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