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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Nov 29. 2023

이곳은 카페? 요가원?

예전과 다른 정신과의 모습



병원을 옮기기로 하고 다시 검색에 나섰다. 역시 집과 가까운 곳이어야 했다. 눈에 딱 들어오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한 곳 있었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후기가 좋고 건물 밖에 붙어 있는 여러 투박한 간판 중 가장 부드럽고 예쁜 글씨체의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병원은 외관도 중요하다.


부디 나와 맞는 좋은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며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다행히 나는 며칠 후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날엔 날짜만 잡고 병원을 나왔다. 나는 그때 운이 참 좋았다. 나중에 간호사들이 통화하는 걸 듣고 예약이 기본 한 달 후에 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럴 만하다는 것을 첫 상담에서 바로 느꼈다.






그곳에서 진료를 마치고 약을 받은 뒤 나온 나는 요즘 정신과는 예전 같지 않으며 이곳이 정말 환자를 많이 생각하고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사람이 정말 많다. 자기 생활하고 평범하게 사회에서 자기 역할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내과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곳이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 나보다 먼저 와서 진료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약을 먹게 되든 아니든, 스스로가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상담을 받으러 올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잘 인지하게 됐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혹은 그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일지도.


두 번째는 내부가 마치 카페 혹은 요가원을 연상시키듯 편안하다는 것이다. 아, 이건 물론 예전에도 그랬을 수도 있다. 정신과는 처음 가 봤기에 그저, 요즘에는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대기 후 진료를 받고 나갈 때까지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기 위해 만들었구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병원 내부는 검색창에서 봤던 이미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베이지톤으로 맞춘 가구에 푹신한 소파와 조그만 간식들이 놓여있는 탁자, 초록색의 크고 작은 식물이 반겨주는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소파에 앉아있으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 같기도 하고 요가원 같기도 했다.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위로를 받은 느낌, 명상을 한 것도 아닌데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 진료 전에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불안함과 낯섦을 덜어주는 데 꽤 큰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약'이다. 처음에 갔던 병원은 보통 의원과 외래처럼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약국에서 약을 타 가지고 가서 먹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원내에서 직접 약을 지어 환자에게 전달한다. 약 봉투에는 00 정신건강의학과라고 적혀 있지 않고, 00 의원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약 포장지에는 약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혹시라도, 정신과를 갔다는 것을 누가 아는 것이 꺼려지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그런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고 참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정신과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 또한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몸의 문제를 겪는 사람보다 마음의 문제를 겪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특수한 영역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정신과는 예전보다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며, 잘 찾기만 한다면 따뜻한 공간감과 배려 넘치는 센스를 느끼고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정신과를 조금 더 쉽게, 만만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곳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꼭 '우울증' '불안장애'라고 명명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아파서 가는 곳이다. 병원일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의사 선생님께 "세성 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네요."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 기록지에는 어떻게 적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 있다. 이야기하러 가자. 나 잠이 안 온다고, 나 힘들다고, 나 죽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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