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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Dec 03. 2023

찾았다! 내 병원

바꾼 병원에 정착하기로 한 이유





"세성 씨 여기 앉으세요."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원장님이 말씀하신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진료를 받으러 갈 때면 변함없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 불면의 원인이 아닌 가족 이야기를 준비 없이 내뱉고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던 것에 비해,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다른 것은 묻지 않고 내가 느꼈을 공포와 불안의 감정을 정리하고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먹던 약을 그대로 처방해 주셨다.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젊고 마른 원장님.(왜 그랬는지 모르게 풍채 있고 넉넉한 모습의 연세 있는 의사이지 않을까라는 이미지를 그렸었다) 첫 진료를 받고 '여기다. 여기로 다녀야겠다.'라고 마음을 굳혔다.


두 번 말해 뭐 해, 경청이 기본이다


당연히 진료기록이 있어야 하니까 때때로 타이핑을 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만 기록하시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눈을 마주치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후 대답하거나 질문하신다. 절대 중간에서 끊지 않으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화와 소통의 기본, 경청을 잘해주시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냥 듣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고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니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아셨지, 그 말하고 싶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을 때 기분을 말하고 나면, 미처 속에서 꺼내지 못한 말도 있다. 그런데 마치 그 속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그 못 한 말을 포함해서 정리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러고 나면 이야기하기가 더 편해진다.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


한참 힘들었을 때 불안해 보이는 내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와서 같이 상의해요."라고 하셨었다.

누군가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내 옷깃을 붙잡는 느낌이다. '다음에 또 와야 하니까 어디 가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느낀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할 때 고려할 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 대화를 할 때 안정을 느끼게 하는 의사의 태도, 약이 원내처방일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으로도 굉장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눈을 마주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해결하려 하지 않고 기분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공감해 주는

의사 선생님은 치료를 받았다는 느낌을 준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 오는 것보다 진료 후에 약을 받아 한꺼번에 계산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처방전으로 약국에 가는 것과 정신과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사러 가는 것은

사뭇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상담을 한다는 느낌이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러나 상담이 거듭될수록 그 과정에서 얻는 효과가 더 커서 

그런 것들도 익숙해진 것 같다.

병원을 찾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여러분도 자신과 맞는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힘들 때 말하러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낯선 안정감을 느끼고

지난하지만 조금씩 얻어가는 것이 있는 치료 과정을 거쳐 깊은 어둠에서 빛을 봤으면 좋겠다.




아무튼 운이 좋게 계속 다닐 만한 병원을 금방 찾은 나는 2년 후, 신경안정제를 매일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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