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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Nov 28. 2023

정신과가 의사와 더 잘 맞아야 하는 이유

잘 못 맞춘 초점은 치명타를 남긴다


병원에 갔다 온 뒤 한 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털어놓으면 후련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상처를 잔뜩 받았다. 원인이 뭘까 한참 생각했고 그 이유를 알았다. 감정을 털어놓는 것에도 '타이밍'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족 얘길 할 생각은 없었다. 첫 정신과 방문이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벌써 가족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말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을 본 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기에 딱 신경안정제만  있으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고질적인 불안과 우울감은 가족에게서 비롯된 것이 맞았다. 어찌 보면 그 부분을 잘 집어낸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날 그 시간에 맞출 초점이 그것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잘못 맞춘 초점은 치명타를 남겼다. 터져버린 울음, 준비 없이 내뱉은 고백이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의사 선생님과 맞지 않았다. 이래서 정신과는 잘 맞는 의사가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건강의 문제는 긴 여정이기에 쉽게 한 번 다녔던 병원을 바꿀 수 없어서였다.

환자의 눈보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던 그 선생님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당시에는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상담 기법이 맞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신과는 청진을 하는 곳이 아니다. 입을 벌리고 편도를 보는 곳도 아니며 주사를 놓는 곳도 아니다. 보이지 않은 마음에서 나오는 환자의 말과 행동, 눈빛, 손짓만으로 그 사람의 기분과 심리를 파악하고 똑같이 언어적, 비언어적 기법으로 치료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다른 곳보다 정서적 교감,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정신과는 말 그대로 의사가 나랑 잘 맞는가 아닌가 가 치료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병원을 갔는데 상담을 받고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다른 병원을 가라고 하고 싶다. 정신과야말로 내 기분이 우선시되어야 치료도 만족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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