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같은 조가 되었다

공포로 다가온 영어수업

by 세성

해민과 나는 같은 반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해민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인지, 어떤 애인지 자세히 알지 못했으므로, 그 애와 짝꿍이 되거나 좀 친해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와 약간의 설렘은 영어수업을 기점으로 산산히 조각나고 말았다.


마의 영어수업은 곧 공포의 수업시간이 되었다.







영어시간 1.



"4조. 진석,혜지,해민,두리."



맙소사? 해민이와 같은 조라고? 당황스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짜여진 조대로 자리를 맞춰 앉았다.

우리 조는 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에게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나는 얼결에 해민의 옆에 앉게 되었다. 괜히 긴장이 됐다.



영어시간 2.



어학실에서 한 두 번째 영어시간. 해민이 유인물을 나누어 주다가 내게 말한다.



"야 얘 콧수염 있다?"



자기 친구에게 말을 하며 계속 놀리는 해민. 시비를 거는 그 애의 말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영어시간 3.



전자시계를 차고 있던 내게 해민은 영어시간이면 끝없이 시간을 물어보며 나를 건드렸다.

한 번 묻는 말에 대답해주면 몇 초가 지나고 또 물었다.

대답하면 또 묻는다. 50초~2분 간격으로 계속 물어대는 통에 나는 이미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귀찮아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괴롭혔다.


내 의자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내가 짜증내면서 원위치로 당겨놓으면 또 한다.

그러면 나는 정색하며 말한다.


"하지마."


"예."



돌아오는 건 성의없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또 한다. 나는 또 다시 자리로 간다. 그러면 또 한다.

몇 번 반복되자 내가 쳐다보면 태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안 했어."



화가 난 내가 째려보자,



"안할게. 진짜로."



거짓말이었다. 또 하더니 재밌는 듯이 웃는다.



"좋아?"



"응."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다. 이번엔 되도 않는 말을 한다.



"내가 좋냐? 내 쪽으로 오게."



"미쳤냐? 널 좋아하게?"



기분이 상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어쩐지 속이 시원하지만 상처를 받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시간 4.



조장을 정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해민이 가타부타 말도 없이 다수결로 내 짝꿍이자 같은 조원 진석에게 조장을 하라고 한다. 당연히 안 한다고 하는 진석. 그러자 갑자기 외친다.



"안 내면 지기 가위바위보!"



뭐야, 나만 안 냈다.



"야, 진석이 해."



그런데도 진석에게 하라는 해민. 선생님이 우리에게 조장이 누구냐고 묻는다.



"진석이요."



진석의 표정을 살핀 선생님이 물었다.



"진석이 하기 싫어?"



"네."



"그러면 안 돼. 다시 정해."



이번엔 "주먹내면 지기."라고 또 갑자기 말한다. 멍청하게 나는 또 걸렸다.

마지못해 조장이 나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영어시간 5.



교과서 본문읽기를 했다. 각각 세 줄씩 읽기로 먼저 눈으로 읽어보는데 해민은 혜지랑 진석이한테만 물어보고

나한테는 절대로 묻지 않는다. 왜? 내가 혜지보다 잘 하는 거 알면서?


곧이어 소리내어 읽기를 시작했다. 무사히 끝낸 진석 다음으로 해민 차례였다.

맞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선생님이 도와줘서 겨우겨우 끝낸다.


그 다음 내 차례.


해민에 비해 너무도 빨리 읽어버린 나. 혜지도 무난하게 읽기를 마쳤다.



"아 쪽팔려."



쪽팔린 건 아는건가. 우리조가 끝나자 나지막이 해민이 말했다.











모든 일이 불과 3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다섯 시간만에 나는 그 애에게 넌더리가 났다.

영어 시간이 가장 싫은 수업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대체 나에게 고백했던 사람이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 애는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싫어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해민과 나의 불쾌한 관계성이 쌓이며 3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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