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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Dec 30. 2023

2. 같은 반이 됐다

2학년의 서막


책으로 말하자면 프롤로그와 같았던  2006년이 지났다. 

2007년이 밝았고 봄방학만 지나면 2학년이 될 예정이었다.

봄방학.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땐 겨울방학이 끝나고 2월 초중순쯤 개학을 해 일주일간 학교를 나온 후 2주 정도 봄방학을 했었다. 그러고 나면 진짜 새 학기를 맞이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내 마음엔 또다시 흔들림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국어시간이 끝나고 금이와 함께 도서실에서 나오는 길에서 맞은편에 해민 일행이 걸어왔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그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일은 또 터지고야 말았다.



"오~ 내 여자친구!"



 나와 눈이 마주친 해민이 한 문장을 날리곤 지나갔다. 이 기시감은 무엇인가.



"좋았어?"



"뭔 소리야."



옆에 염아가 아닌 금이가 있었다는 것만 바뀌고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었다.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지난번 일 이후로 해민과 마주치면 가슴이 두근댄다는 것이었다.

금이의 물음에 모르는 척 대답을 회피했지만 내 얼굴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멋대로 여자친구라 칭하는 그 애를 무지막지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두근댄다는 것만으로 그 애를 좋아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 애에 대해 알지 못했고 교차점이 없었으며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허락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제 멋대로인 그 애 때문에 두근대는 마음을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일이 있은 후 봄방학도 끝나고 3월이 되었을 때였다. 3월은 새 학기의 시작이다. 어김없이 반은 바뀌고 같은 반이 된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대학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쭉 같은 반으로 지내지만 초, 중, 고는 다르지 않은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나, 그리고 아이들에겐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 반 배정의 날이 돌아왔다.


그날도 평소의 3월처럼 아침까지 원래 반에 있다가 반을 바꾸는 날이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시선이 선생님으로 집중되었고 그녀가 어서 반을 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검정 머리로 염색을 하며 스타일을 바꿨지만 살은 빠지지 않은 배여빈 선생님의 입이 열렸다.


그날의 반배정은 조금 특이했다. 1,2,3반으로 가르쳐줄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A, B, C반으로 나뉘고 그게 몇 반이 될지는 모른다고 한 것이다. 안 그래도 궁금 반, 걱정 반인 마음인데 그 마음을 더 길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내 한 명 한 명 알파벳으로 반을 호명하고, 내 차례가 되었다. 

두근두근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두리~ B반~"



아뿔싸. 친한 아이들과 다 붙지 못했다. 염아, 재연과 떨어졌다. 하지만 화현과 금이와는 같은 반이 되었다. 사실 상대적으로 덜 친한 아이들이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렇게 반 발표가 끝나고 시끌벅적한 교실. 

실망감을 안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영석이 내 자리 앞으로 와 물었다.



"몇 반이냐?"



"... B반인데."



내 말에 잠시 소곤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언제부터 뒤에 있었는지 모를 해민이 내 앞으로 와서는 밝은 표정으로 뭐라고 한다. 

이유는 자신이 나와 같은 B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걸까.



"왜 저래."



뒷자리에 앉은 수희가 그 광경을 보더니 한 마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수희. 검정 색에 앞머리 없이 하나로 묶은 머리. 눈썹도, 눈동자도 새까맣다. 다가가기 어려운 센 캐릭터의 아이. 

훗날 이수희는 해민과 사귀게 된다.


 





같은 반이 된 걸 좋아하던 해민의 모습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사건이 있을 2학년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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