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이야기
한 달이 지나고 반 아이들이 조금 적응이 됐을 무렵이었다.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 싱그러운 햇빛이 쏟아지는 교실에서 어느 날, 재연이 말했다.
"있잖아, 6학년 때 해민이가 혜지 좋아했었대!"
"뭐?"
혜지는 해민과 같은 학교 출신의 얼굴이 하얀 아이다. 머리 색과 눈동자가 갈색이고 피부는 새하얀데 그렇다고 이국적으로 보이진 않는 예쁘장한 여자아이.
"준호도 좋아했는데 그것 때문에 둘이 싸워가지고 해민이가 이겼다는데?"
"..."
"둘이 사귀었었대 그래서! 근데 중학교 들어와서 깨졌다더라?"
"아.... 그래."
"그 이유가 너 때문이래. 혜지는 왜 깨졌는지 모르고. 그래서 아직도 해민이가 자길 좋아하는 줄 알고 있다던데? 그럼 뭐 해, 해민이 걔는 널 좋아하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민은 여전히 혜지를 좋아한다. 영어 시간 때 보면 알 수 있다. 장난치고 웃고... 나는 그저 만만하고 심심해서 건드는 것일 뿐.
재연의 말을 들은 나는 해민에게 있던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정말 미웠다.
사실 그 말을 듣기 전부터 해민이 어떤 애인지 알게 되어 거리감이 생겼었다.
화도 잘 내고 욕도 많이 하고 나와 달리 너무 활발한 아이.
선생님들한테 지적도 많이 받고 여자애들한테 짓궂은 장난을 지나치게 치는 아이.
완전 꽝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 애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는 나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