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토닥토닥 내리는 봄비에 마음 젖고
시샘하는 바람에 마음 다쳐도
눈부신 봄볕에 겨워 연분홍 꽃을 피운다
조바심에 놓쳐버린 지난날들
노파심에 편할 수 없던 많은 밤들
잡히지 않는 것을 움켜쥐고자 애쓰던 시간들
보고 싶은 얼굴 모과꽃그늘에 선다
저만치 비켜서 대접 못 받는 모과
천대받는 무관심에도 이골이 났어도
살아있음에 짙은 향기로 가을을 익힌다
길가의 모과나무가 꽃봉오리를 올렸다. 못생긴 과일 먹지도 못하는 열매로 알고 있는 모과꽃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 모르고 늙었다. 벚꽃의 화려함 산수유의 화사함 개나리의 밝음 어느 위치에 놓이지 못하는 수줍고 여린 예쁜 꽃을 만난다. 그래도 가을이면 자기 자식을 내어 향기 내뿜으며 존재감 잃지 않는 태어난 사명을 다하는 모과가 그저 살아있음에 만족하는 자족하는 나로 읽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