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성장은 다툼으로부터 온다.
Teaching Artist로 일한 지 3개월이 지나간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천직이라는 생각이 드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다. 예술가가 어떻게 학교 교과를 통합해서 가르치냐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만큼 정말 좋은 퀄리티의 연구들이 나오고 수업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꼬박 80분이라는 긴 시간을 TA로 지내는 나도, 아이들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즐겁게 수업을 즐기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잘 믿기지 않는 기분이다. 일을 이렇게 즐겁고 보람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직업을 가지면서 배울 수 있는 건 아이들의 순수함, 예술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5학년 과학 통합 예술 수업 중 포스트잇으로 행성 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실험을 진행하는 시간이었는데, 특히나 이 시간에서 8명 정도 아이들이 각각의 행성을 맡아서 협력하는 과정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티 없이 순수해서 그런지 내가 들었을 때 서로에게 아름다운 말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스름 없이 한다. 그때마다 "얘들아 그러면 안되지"라고 말이 입 밖으로 나올랑 말랑 하는 타이밍에, 함께 수업을 하는 선생님께서 "사람은 싸우고 협력하면서 크는거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은 나에게 좀 충격적이었다. 어른이 된 뒤로 '싸우는 건 나쁜 것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살아왔고, 조금 화나는 감정이 있어도 숨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 숨겨지지 않는 성격이라 항상 갈등은 내 삶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이러한 갈등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태도나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 내려졌다. 그래서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항상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을 상처줄지도 몰라.'라는 공포에 31살이 된 지금까지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와장창 깨진 건 수업 중 아이들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협력한다는 게 마냥 좋은 의미일 것 같지만, 이 포스트잇 실험이 만들어낸 갈등은 어마어마했다. 즉 협력 = 갈등으로 느껴질 만큼이었다. 거의 교실은 서로의 의견을 내는 토론장으로 변했고, 하다가 화가 나다 보면 서로를 비난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너는 가만히 있는 게 도움이야, 왜 이런 식으로 해, 마음에 안 들어 등등" 그런 말을 서로 싸우고도 이 실험이 끝나고 까르르 거리며 서로에게 장난치고 웃는 아이러니한 아이들을 보니 이 광경에 참 웃음이 나왔다.
지금 나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 중인 것 같다. 잘 협력하기 위해서는 갈등은 필수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삶에서 사람들과 사랑으로 잘 싸워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