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펼친 길, 여섯 번째 이야기
진득한 향속에
퀴퀴한 식탁보
꼬르륵 뱃소리
모든 것을 넣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10분, 20분, 30분이 흐른다
기다리기 힘들어 숟가락을 만지작
애타는 마음 아는지 포크를 만지작
40분
맨손으로 퍼먹는 맛
손가락을 오므려서 입을 향해
꿀꺽
다음날은 나도 몰라
일단 계속 먹자
쩝쩝쩝 음식 소리
지그시 감은 눈
하하하 충분해
역시 인도하면 또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인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인도에 간다고 하면 음식 걱정을 하신다. '가서 뭘 먹어야 하냐? 한식을 잔뜩 싸가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물론 그분들의 걱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고민들도 다 헛되게 만들어버리는 비장의 무기가 델리 빠하르간지에 위치해있다. 한국 와서도 늘 그리워하는 커리. 바로 이름하여 Tadka(위치 : https://www.google.com/maps/place/Tadka4986/@28.640511,77.2109613,17z/data=!3m1!4b1!4m5!3m4!1s0x390cfd46b9e7052d:0x376b3719374d6b4b!8m2!3d28.640511!4d77.21315)
여기는 7년 인도를 처음 갔을 때부터 갔던 맛집이다. 아마 나와 함께 인도를 갔던 친구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급하게 난을 잡고 손으로 쭉 찢어서 커리에 푹 찍어 먹는 맛! 입맛을 다시며 바로 '바로 이맛이지!'라고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맛.
이 맛보러 인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한국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얇은 난과 진득한 커리. 내가 갔을 때는 210루피(한화로 3400원 정도)였고, 지금은 얼마일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맛있는 커리를 맛볼 수 있다니! 인도에서는 꼭 커리를 먹어야 한다! 커리를 못 먹는 사람도 커리를 사랑하게 된다는 Tadka!
하지만 이렇게 어디나 커리가 맛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매일 먹었던 커리인지라 커리에 관한 해프닝도 만만치 않다. 그 해프닝을 강력하게 만들어준 건 아마도 오르차 템플뷰 게스트하우스의 커리들이다.
갈릭 난을 시키면 껍질을 까지 않은 마늘을 그대로 빻은 난을 만들어주고, 커리를 요리하는 주방은 엽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불에 그을려서 까맣고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이기는 건 아마도 배고픔. 너무 배고프니까 방법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먹는 것 밖에는... 그래서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많은 이들이 배아픔을 호소하며 물갈이를 하러 화장실로 여러 번 달려간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주변에 특별히 먹을 게 없었고, 배는 너무 고팠고, 그래서 먹었던 템플뷰의 커리.
맛 좋은 커리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지만 배 아픈 커리는 상상도 못 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모두 좋다.
어차피 다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이 돼버릴 거 기왕이면 둘 다 경험한 나!
참 축복받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먹었던 짜이! 델리 길거리에서 혹은 기차역에서 짜이를 먹으려면 10루피 (한화로 200원 정도)를 주고 먹어야 한다. 아주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어디서 만드는지 과정을 알 수 없기에 배탈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짜이는 이런 거야.'라고 말해주는 짜이는 템플뷰 게스트 하우스 표 짜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찬드라반 마을을 다녀와서 마시는 짜이는 정말 일품이다. 달달하면서 짙은 짜이티 향이 코끝을 매우며 많은 잡념을 사라지게 해 준다. 인도를 다녀온 후로는 스타벅스에서 짜이티라떼만 마시게 된다. 그 맛이 너무 그립고 잠깐이라도 그 기분을 내고 싶어서. 아마도 인도를 다녀와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겁 없이 먹었던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은 언제나 내 물갈이를 담당해주었다. 평소에도 장이 건강하지 않았지만 자극적인 향신료를 먹었을 때 당황하는 내 장기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먹성.
'그냥 먹고 아프자.'
이건 내 삶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어디서나 새로운 음식, 신기한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고 그것들이 입에 들어갔을 때 맛있음, 당황스러움, 뱉고 싶음, 행복함, 화남 등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기에 경험하고 싶어 한다. 나의 호기심은 정말 음식에서는 더더욱 그치지 못한다.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더 많이 배가 아프더라도 일단 먹어본다.
특히나 튀김 종류는 냄새가 고소해서 꼭 하나씩 집어먹고 싶은 충동을 금치 못한다. 마치 떡볶이집 가서 튀김을 빤히 쳐다보는 기분이 그대로 든다. 인도는 종교적 이유로 베지테리안들이 많기에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많은 음식들을 튀긴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사모사 (감자, 완두 등을 향신료로 간을 해서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만든 피 속에 넣고 튀겨낸 요리다.) 세모난 모양이 재밌었고 한입 먹으면 바삭한 그 맛이 참 좋았다.
인도에 여러 번 간지라 다양한 집들에 초대받아 가정식을 먹었었는데, 꼭 급식 은 철판 같이 생기 곳에다가 가득히 수북이 담아주는 인도식 백반, 이름하여 탈리. 모자라면 더 먹으라고 더 떠주고, 인도 어머니들의 후한 인심 덕에 윗배가 볼록 나올 때까지 먹게 된다. 먹고 난 후 후식으로 인도향이 가득한 스낵들과 짜이티를 마시며 배를 두들긴다. 인도에서 즐기는 집 초대는 언제나 두둑한 배를 책임져 준다.
인도 음식이 조금 질릴 쯤에 먹는 인도식 피자. 피자 도우라기 보다 두꺼운 난 위에 야채와 치즈를 올려 구운 맛은 두툼한 밀가루 맛이 아주 그윽하게 느껴진다. 이탈리아 피자를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그래도 인도에서 먹을 수 있는 최선의 피자이기에 항상 만족하면서 먹는다. 특히 인도는 치즈(파니르)가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서 먹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그리고 굴소스에 잔뜩 비빈 중국식 초우멘 역시 아시아인인 나에게 간장이 필요할 때 먹는 맛이다. 가게 별로 맛이 다르지만 맛있는 곳에 가면 일품. 맛이 덜한 곳에 가면 심심한 맛에 조심스레 초우멘 위에 커리를 올려 먹는다.
그리고 인도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도사. 도사는 발표 쌀과 검은 렌틸콩 반죽을 크레페처럼 넓고 얇게 부친 빵이다. 바삭한 식감 안에 촉촉한 렌틸콩, 재료에 따라 계란 초콜릿 바나나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간다. 특히 남부지방에서 많이 먹는데 북부도 간혹 먹는 곳들이 있다. 내 원픽!
그리고 언제나 내 위장을 책임져주던 라씨. 평소에서 요거트 덕후인 나는 이곳에서 매일매일 라씨를 먹으며 행복해했다. 시큼하면서도 걸쭉한 요거트가 내 뱃속으로 들어갈 때 반가운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에 맞춰서 내 장들은 여행을 떠나듯 움둣칫 움직인다. 위에 떠있는 과일을 먹을 때면 상큼한 것들이 내 몸에서 살아 숨 쉬는 기분. 특히 바라나시의 라씨가 너무 그립다. 다시 가면 하루에 10개씩을 먹을 자신 있는데!
많은 인도의 음식 정보들이 가득했던 이번 글은 배가 한참 고픈 오밤중에 주저리 써봤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의 음식의 맛과 향들이 더 생생하게 하나하나 느껴진다. 인도음식은 집에서 만들어먹기에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아직 시도를 못해봤다. 언젠가 이 음식들도 쉽게 만드는 날이 오면 좋겠다.
오늘의 마무리 한 마디는
아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