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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Aug 13. 2020

변형된 기억

이별을 감내하기


나에게는 성인이 된 후 네 명의 애인이 있었다. 그들에게 젊은 날의 사랑을 쏟아부었고 사랑은 깊었고 뜨거웠다. 그러나 풍덩 빠지는 사랑이란 얼마나 의미 없는가. 감정이 식으면 마음도 식는다는 허무함. 난 정말 재수가 없게도 그들의 배신으로 이별을 했다. 사실 이별을 했다라기보다 이별을 당했다. 분명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았을 텐데 지난 과거들을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별 당시 끔찍했던 잔상만 뚜렷하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의 기간 동안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차 없이 이별을 고했던 그들의 모습이 선명해서일까.


사실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다. 모두가 그랬으니까.


"이건 그냥 과거의 너를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이 시간들을 견뎌야만 했다. 나 자신보다, 내 마음보다 그들이 소중했다는 것. 나는 너무 뒤늦게 깨달은 것이 아니길 바랬다. 그들은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 - 이런 기억이 가끔 나를 찾아올 때면 하늘에 있는 신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모든 시간을 도려내고 싶은 갈망. 그들과의 엉망이 된 추억이 괴로워 자기 전에 종종 한쪽 발을 떨곤 한다.


'아 - 아름다운 시간들마저 더럽히는 미약한 인간의 습성. 좋은 것들을 좋은 것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꽃 같은 시절이 있었고 그 모습의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를 내뿜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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