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에서 한 달 만에 잘리는 법
샤를 드 푸코 - “우리에게는 침묵하는 파수꾼이 될 권리가 없다. 악행을 보았을 때에는 외쳐야 한다.”
약간의 추위로 긴 부츠를 신고 새벽 7시 지하철로 나섰던 지난 3월, 작은 비영리 단체에서 근무를 했었다. 정말 숭고한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함께한 지 만으로 7년이 되었다. 그래서 고민도 없이 새 직장에 NGO를 선택했는데, 웬걸 내가 회사에서 한 일들은 해외에서 날아온 영수증을 위조하고 가족이나 지인들이 와서 일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직원들이 놀고 있는 가운데 정신없이 그들이 주는 일을 했었다. 그리고 면접 때부터 해고되기 전까지 "기대할게, 오래 다니면 팀장을 시켜줄게."라는 둥 그런 입에 발린 소리들을 계속했다.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곳이라고 말하면서 자기 자식 이야기를 하면서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 돼."라고 말하고 영수증 위조를 할 때도 "그냥 해요."라고 말했던 팀장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대화 안에서 너무 큰 압박을 느꼈었다.
다니면서 2주 정도 지나니 삶의 이유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앞이 캄캄해 막막한 기분이었다. 이 안에서는 배울 게 없었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도 면접 때 말했던 "언제든지 배우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말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닌 지 한 달 정도 되는 시점에 본부장에게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기 위해 마케팅 교육을 받고 싶다고 제안했다. 다음 주까지 고민을 해본다고 했고 계속해서 시간을 태우며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역시 회사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나는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아랫사람이니까.
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생겼다. 회사 내에서 어플을 만든다고 했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내부에서 사용할 어플. 겨우 30명 남짓 직원이 있는 회사 내부용 어플을 만들기 위해 1,000만 원을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참지 못했다. 아 그렇다. 나는 언제나 불의를 보면 불같이 화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팀장을 찾아가서 질문했다. "이 돈이 정말 아이들을 위해 쓰이는 걸까요?"
그리고 그 질문을 한 5분 뒤 회의실에 본부장과 팀장이 나를 불렀다. "경력으로 뽑았는데 이런 교육을 받고 싶다고 하는 거 보면 신입인 것 같아. 그런데 우리는 신입은 이 정도 돈을 줄 수 없거든. 신입 연봉을 받던지 그만 다니던지 선택해야 할 것 같아."
지난 한 달 수습기간이었기에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였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거기다가 계약서에는 신입, 경력이라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나를 신입으로 알고 있었고, 나 또한 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여 그저 신입으로 들어왔는지 알았다. 그리고 만약 그만 다니게 된다면 다닌지는 얼마 안 돼서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종교인들이 대부분인 비영리단체면서도 "우리가 돈 보고 일하는 곳은 아니잖아." , "일주일 동안 기도하고 결정해봐."라는 말로 종교적인 압박을 가했다. 해고를 하면 회사에 피해가 있으니 자진 퇴사를 하라는 말을 말도 안 되는 연봉협상으로 협박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히 계약 위반이었고 화가났다. 그래서 해야할 말은 하고 떠나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 회사 다닐지 말지 매일 고민했어요. 제 뒤에 보면 하루종일 페이스북 하고 놀고 있고, 정말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게 이런식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해 일하는 비영리 단체가 있다는것도 알지만 아닌 곳들이 많음이 요새는 나 뿐만 아니라 주위 경험으로 드러난다. 영리처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후원금으로 회사가 운영되기에 돈을 귀하게 알기 보다 쉽게 아는 경우도 이처럼 안좋은 케이스로 존재한다. 정말 온전히 수혜자를 위해 일한다면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나는 그저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마무리 졌지만 이런 이중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환멸을 느꼈고 정신적 피해가 너무 막중한 가운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막대한 정신적 피해로 인해 괴로워하는 자신이 너무 힘들었었다. 겨우 한 달 일하고 아무 일도 아닌 채 지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하겠지만 그 단체와 같은 종교를 가졌기에 더욱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수치스럽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까?
2차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