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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Oct 06. 2020

냄새 혹은 향기

오해를 하는 후각

우리 집은 일호선이 지나가는 곳인 금정역 부근에 있다.  1974년이 태어났다던 일호선은 특유의 냄새가 난다. 땀에 쩔은 살과 살이 부딪혀 오래 묵힌 곰팡내랄까. 텁텁하고 오래 익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곳이라 그럴까. 그 냄새를 가만히 맡고 있으면 머리 정수리 부분부터 조금씩 짙은 통증이 나를 괴롭힌다. 작은 인중이 오므라들며 미간은 성이 난 듯 깊이 파여버리고 만다.


바야흐로 2007년도부터 일호선을 처음 탔었다. 그때부터 그 냄새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도 그 냄새가 참 어렵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모르는 오래 배어있는 냄새를 맡다 보면 마음 한쪽이 콱 막혀버린 기분이다. '다른 지하철의 호선과 비교를 하는 게 아니냐, 차별주의자냐, 못된 사람이냐?'라고 묻는 다면 단언컨대 '맞다! 그러하다. 나는 이 냄새가 지독히도 괴롭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냄새라고 규정지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향기일 수 도 있겠다고 그저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지나온 시간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가 짝사랑하던  동아리 선배 y의 달큼한 섬유유연제 향기를 대학교 1학년 내내 즐겨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마음이 식자마자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엇을 냄새라고, 향기라고 부르는 것일까?

내가 믿는 그 후각은 진실일까?




.


향기

늘 깨진다


잡은 두 손

뿌리친다


냄새

지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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