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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Oct 04. 2020

COVID-19 시기의 취업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


취업을 한지 겨우 열흘남짓 되었다. 막막했던 앞길이 절실히 맑게 열렸고 무거웠던 두 다리는 사뿐히 걷게 되었다. 누군가는 일을 하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어려운 길을 돌아 돌아서 온 나에게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왕복 다섯 시간의 출퇴근

내가 겪기엔 막중하고 많은 업무들

숨쉴틈 없는 근무시간

막막한 미래의 앞길


따지고 보면 힘들어야 할 일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앞서 너무 힘든 일을 겪어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그냥 매일의 삶에 충실하고 우직하게 쟁기로 밭을 가는 소 같은 마음이다.


아침 출근길

뚝섬유원지를 지나는 한강의 윤슬에 넋이 나가고

나무에서 몸을 바르르 떠는 청설모를 보며

청량한 자연 내음에 몸을 맡기고


저녁 퇴근길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책장의 페이지를 넘기고 

역으로 마중 나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참 신기하게도 사소한 순간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바뀌었다. 너무 거대해 보였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가루가 되어버리나 보다. 여태까지 얼마나 눈앞에 놓인 일들에 목매달며 힘들어했는지, 그 시간들을 모아 보면 청량한 내 젊음이 아까울 지경이다.


아 -가루처럼 날려버릴 것들은 저 멀리 흩뿌려버리자고, 지금의 힘듦은 삶의 부분에 불과할 거라고, 그리고 이것들 모두 사라지고 말 거라고. 


오늘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우리 조금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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