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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Aug 06. 2020

솔직함은 그림자를 만든다

상담을 받으며


축축한 장맛비를 맞으며 상담을 가기 전 빈 배를 채우기 위해 국산콩 팩 두유를 사서 빨대를 꽂았다. 순간 개운 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고민을 하며 합정역에 도착했다. 상담실로 가는 길에 괜히 멍을 때리고 숨을 크게 휴- 하고 내쉰다. 상담을 받기 전에는 어느 한 응어리가 져있는 마음의 부분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늘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신뢰,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 언제 가장 신뢰받는 다고 생각하세요?

나 : 서로의 감정에 솔직할 때요

선생님 : 빛이 있으면 뭐가 있죠?

나 : 그림자요.

선생님 :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렇다. 빛은 사물을 드러나게 하지만 반대로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지고, 빛이 희미할수록 그림자도 흐려진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솔직하길 바란다. 그게 나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괜찮을 텐데 상대방도 그러길 바라는 강한 욕구가 있다.


누군가도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그것이 드러나면 진정한 대화라고 생각하는 생각이 조금 바보 같았다. 강한 빛만 찾아서 짙은 그림자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이 끝나고서도 그림자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들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오랫동안 희미 끄리 하게 보이지 않는 기억들을 붙잡고 있었다. 어차피 사라질 것들인데 말이다. 어둡기만 한 이곳에서 빛 한줄기가 너무 소중해 그림자를 소유하려 들었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붙잡기 위해 빛을 내는 일을 멈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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