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에서 1월의 일기장 중
1. 지구 어느 북쪽에 있으니 내 심장이 차갑게 변할 줄 알았지만 더 열렬하게 헤르만 헤세, 전혜린을 그리워하는 내가 있었고, 자연의 고요함에 파묻혀 내 운명인 양 노래 부를 줄 알았지만 슬픔에 타오르는 시간들이 고약하게 피부와 서로 맞닿아 있었고, 어둠을 쫓으며 내 존재를 향해 뛰어갈 줄 알았지만 눈가에 스치던 일상의 한 줌의 빛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어딜 간다고 해서 내 존재는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나는 나다.
2. 작년에 쓰던 일기 구절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던 중 '예술가는 품은 것을 뱉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라고 쓴 부분을 발견했다. 다시 보고 또 보며 앞이 보이지 않는 나에게 안부를 조심히 건넨다. '참 다행이다.'라고 되뇌며 또 생생하게 살아있는 숨결을 만져본다. 여기서도 나는 나다.
3. 이곳에서 뱉어내는 걸 어느 순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삼키고 삼키니 어리석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거나 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명확하게 나의 저 어느 언저리 끝까지 뱉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 모든 걸 뱉는 순간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 여기서도 나는 나다.
4. 내일의 빛이 사라질지라도 오늘을 향해 한번 크게 뱉으니 한치의 오차도 없이 뜨거운 모습. 여기서도 나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