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자기 성장 방해 요소를 인정하는 법 (2)
스터디 그룹
엄청난 분량의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 공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내가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여러 과목 중 한 개를 골라서 스터디그룹을 형성한 다음, 그들과 함께 해당 과목의 예습과 복습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기말고사나 연말 고사를 준비할 때 꼭 필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해당 과목 요약서를 스터디그룹 멤버들과 함께 만들면, 멤버들 각자가 개별적으로 해당 과목 요약서를 만들어야 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법과대학원의 첫째 주를 마친 후, 나는 꽤 많은 클래스메이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부량을 마주하고, 나만큼이나 곤혹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중 한 사람인 앤디에게 다가갔다.
“앤디.수업은 어때?”
“어. 아주 좋아. 재미있어.”
“그래, 알았어. 근데 말이지. 내가 스터디그룹을 결성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두어 명 알게 되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우리하고 같이 공부 해보는 것이 어때? 우선 처음 한 번만 같이 공부해 보고, 마음에 안 들거든 계속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그럼 내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때까지만 해도 스터디그룹이 완전히 결성된 상태가 아니어서, 나는 앤디한테 수업이 끝난 후에 만나자고 하고,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 공부를 할 의향이 있는지도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 약속 장소로 가보니, 내 나이 또래인 앤디와 함께 두 명의 남자, 그리고 두 명의 여자 클래스메이트들을 포함한 총 다섯 명이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등에 혹 달린 낙타처럼 교과서, 참고서, 리걸 패드라고 부르는 노란색 종이로 된 노트북, 그리고 다량의 연필과 볼펜이 모두 들어있는 가방들을 하나씩 등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여행용 가방에 그 모든 것들을 넣고 마치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 듯, 그 여행용 가방을 한 손으로 끌고 다녔다.
우리는 비어있던 여러 개의 교실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매주 그 과목 수업이 끝나면 만나서 함께 복습하고, 또 우리의 생각과 각자 알고 있는 정보들을 서로 교환하며, 그다음 수업을 준비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 모임의 3분의 2는 그런 목적으로 시간을 보낸 건 맞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우리가 판례들을 읽으며 당혹했던 점이나 답답했던 점을 토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우리는 때로 빈 교실 앞쪽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것저것에 대해 투덜댔고, 어떤 때는 종이로 농구공을 만들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더 많은 시간을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도대체 왜 우리가 19세기에 씌여진 판례를 공부해야 하지?
그리고 왜 이 판례들은 이렇게 어려운 말로 쓰인 거야?
좀 쉬운 말로 쓰면 안 되나?
거기다가 왜 주(州)법원과 연방법원의 전례들을 둘 다 검토해야 하지?
그리고, 우리는 대체 법대 3년 과정이 끝날 때까지 이런 판례들을 몇 개나 더 검토해야 하지?
물론, 우리들 모두 이 모든 질문들이 다 합당한 것들이었는다고 생각지는 않았고, 그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스터디그룹이 서로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또한 기말시험과 연말 시험을 좋은 성적으로 패스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공동체라고 느꼈다.
이렇게 스터디그룹을 형성하는 게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1학년 과정의 모든 과목들이 다 이런 스터디그룹 형식의 공부 패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 되면 미리 구입한 각 과목별 요약서를 들춰보며 내 공책에 적은 내용과 지난주에 공부한 판례 요약서들을 훑어본 후, 나만의 해당 과목 요약서를 만들었다.
나는 또한 일부 교수들의 강의를 녹음해서 통학기차 안에서나,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강의 테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공부법은 그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래서 기말시험 및 연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나는 각 과목 별 요약서를 복습하고, 모르는 어휘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플래시카드를 작성한 후 통학열차에서도 꺼내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 플래시카드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은 상태로 주중과 주말 모두 그렇게 공부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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