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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11. 2022

리스타트 51 - (30)

통학열차


스터디 그룹


엄청난 분량의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 공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내가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여러 과목 중 한 개를 골라서 스터디그룹을 형성한 다음, 그들과 함께 해당 과목의 예습과 복습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기말고사나 연말 고사를 준비할 때 꼭 필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해당 과목 요약서를 스터디그룹 멤버들과 함께 만들면, 멤버들 각자가 개별적으로 해당 과목 요약서를 만들어야 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법과대학원의 첫째 주를 마친 후, 나는 꽤 많은 클래스메이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부량을 마주하고, 나만큼이나 곤혹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중 한 사람인 앤디에게 다가갔다.


“앤디. 수업은 어때?”


“어. 아주 좋아. 재미있어.” 


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이 교실 내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긴장한 나머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을 보았다.  


“그래, 알았어. 근데 말이지. 내가 스터디그룹을 결성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두어 명 알게 되었거든. 그러니 우리와 함께 공부해보는 것이 어때? 우선 처음 한 번만 같이 공부해보고, 마음에 안 들거든 계속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그럼 내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때까지만 해도 스터디그룹이 완전히 결성된 상태가 아니어서, 나는 앤디한테 수업이 끝난 후에 만나자고 하고,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 공부를 할 의향이 있는지도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 약속 장소로 가보니, 내 나이 또래인 앤디와 함께 두 명의 남자, 그리고 두 명의 여자 클래스메이트들을 포함한 총 다섯 명이 거기에 서 있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등에 혹 달린 낙타처럼 교과서, 참고서, 리걸 패드라고 부르는 노란색 종이로 된 노트북, 그리고 다량의 연필과 볼펜이 모두 들어있는 가방들을 하나씩 등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여행용 가방에 그 모든 것들을 넣고 마치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 듯, 그 여행용 가방을 한 손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그게 정말 편하다는 말과 함께. '맞아. 나도 저렇게 할걸 그랬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얼핏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비어있던 여러 개의 교실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매주 그 과목 수업이 끝나면 만나서 함께 복습하고, 또 우리의 생각과 각자 알고 있는 정보들을 서로 교환하며, 그다음 수업을 준비하자고 결정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임의 3분의 2는 그런 목적으로 대화를 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우리가 판례들을 읽으며 당혹했던 점이나 답답했던 점을 토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우리는 때로 빈 교실 앞쪽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것저것에 대해 투덜댔고, 어떤 때는 종이로 농구공을 만들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더 많은 시간을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도대체 왜 우리가 19세기에 씌여진 판례를 공부해야 하지? 그리고 왜 이 판례들은 이렇게 어려운 말로 쓰인 거야? 좀 쉬운 말로 쓰면 안 되나? 거기다가 왜 주(州)법원과 연방법원의 전례들을 둘 다 검토해야 하지? 그리고, 우리는 대체 법대 3년 과정이 끝날 때까지 이런 판례들을 몇 개나 더 검토해야 하지?'

 

물론, 우리들 모두 이 모든 질문들이 다 합당한 것들이었는다고 생각지는 않았고, 그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스터디그룹이 서로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또한 기말시험과 연말 시험을 좋은 성적으로 패스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공동체라고 느꼈다. 


이렇게 스터디그룹을 형성하는 게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1학년 과정의 모든 과목들이 다 이런 스터디그룹 형식의 공부 패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 되면 미리 구입한 각 과목별 요약서를 들춰보며 내 공책에 적은 내용과 지난주에 공부한 판례 요약서들을 훑어본 후, 나만의 해당 과목 요약서를 만들었다. 나는 또한 일부 교수들의 강의를 녹음해서 통학기차 안에서나,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강의 테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공부법은 그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래서 기말시험 및 연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나는 각 과목 별 요약서를 복습하고, 모르는 어휘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플래시카드를 작성한 후 통학열차에서도 꺼내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 플래시카드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은 상태로 주중과 주말 모두 그렇게 공부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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