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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10. 2022

리스타트 51 - (29)

통학열차


왜 법과대학원이지?


내가 <A Few Good Men>이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은 1992년이었고, 법정 드라마가 주 내용인 이 영화를 그렇게 몰두해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화의 잔상은 내가 유매스 애머스트에서 일문학 석사과정을 시작할 때까지 계속 남아있었고, 나는 결국 일문학 박사과정 준비 대신 법과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나는 1998년 가을학기부터 보스턴 근교의 어느 법과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법과대학원이 당시 내가 거주하던 곳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나는 자동차로 통학하는 대신 통학열차를 타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역에서 탑승하고 법과대학원까지 통학하는 스케줄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내가 학생으로 다니던 법과대학원에서 한 학기, 또는 1년 과정으로 배우게 된 과목들은 <계약법>, <부동산법>, <불법행위>, <형법>, <헌법>, <민사소송>, <법률 작문> 과목 등이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한 교과서들은 해당 과목에서 알아야 할 법률지식을 배울 수 있는 특정 주(州)나 연방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의 판례들을 모아놓은 판례집이었다. 


그러므로 법과대학원 1학년생이 어떤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려면 우선 교과서에서 다음 수업에서 다룰 판례를 두 개 내지 세 개 정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한 후, 출판사에서 판매하는 해당 과목의 아웃라인(outline) 또는 요약서도 검토하고 본인만의 판례 요약서, 또는 케이스 브리프를 작성한다. 그리고 해당 수업에 참여한 후, 케이스 교습방법 등을 통한 활발한 단체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정석으로 여겼다. 하지만 나는 법과대학원에서 첫 수업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내가 공부해야 할 양에 압도되었다. 


법과대학원 1학년 교육의 요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특정 과목과 관련된 모든 전례, 법령, 법률지식을 외우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해당 과목과 관련된 일정량의 전례, 규정, 법률지식을 학생들로 하여금 먼저 배우게 한 뒤에, 그 학생들이 그 정보들을 어떤 상황에 대입시켜서 분석한 후,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 있다. 하지만 그런 교과과정은 모든 법과대학원 1학년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양의 법률지식을 쌓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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