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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25. 2022

리스타트 51 - (40)

넘버 원


나는 어느 허름한 상가의 3층에 위치한 고시원의 창문 없는 방에서 짐을 풀었다. 그 고시원 바로 아래층에 노래방이 있었기 때문에 낮, 밤 가리지 않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노래와 환호소리, 그리고 고시원 벽을 통해 울려오던 진동을 방 안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장애물 


서울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나는 인터뷰를 하기로 한 그 직장에 도착해서 다른 7-8명의 입사지원자들이 모여있는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 회의실에 도착하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러 명의 남녀 입사지원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눈빛이나 목소리에서 그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단체 인터뷰가 시작된 후 내게 주어진 질문에 답변할 때가 왔을 때, 나는 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인터뷰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 그 단체 인터뷰를 잘 해냈다고 판단하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그 단체 인터뷰에서 합격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다. 내가 왜 그 인터뷰를 통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는 내 능력이 그 직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나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내가 한국에 가지고 나갔던 체류비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옵션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그 고시원에 몇 주정도 더 머무르면서 다시 이곳저곳으로 이력서를 송부하며 구직활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곳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소식을 기다렸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 입사지원서를 받았다는 아무런 소식도 받을 수 없었고,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전해지는 취직 실패의 이메일을 받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자, 그 당시 내가 느낀 당혹함과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한국에서 구직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옳은 판단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내게 적절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여기 그냥 머물러야 하나?' 


나는 위의 질문들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보면 나는 여명이 밝아오기 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에 겨우 볼 수 있는 여러 개의 갈래길 앞에 서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서성이는 상황에 처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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