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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Jun 25. 2020

평당 얼마의 함정

전원주택 평단 단가는 네버 앤딩 스토리  


전원주택을 짓고 살다 보니 가끔 집 짓는 것과 관련해 궁금한 것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 나름 성의껏 대답해 주는 편인데, 끝에 가서는 꼭 이렇게 묻는다.   

    

“그래, 평당 얼마 들었어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머리를 갸웃거린다. 직접 기술자들을 불러 집을 지었지만 지금도 나는 평당 얼마가 들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전체 공사 금액은 대략 알고 있지만 평당 얼마 들었는지는 세세히 따져 보지 않았다. 집을 짓고 보니 ‘평당 얼마’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평당 얼마입니다.”, “평당 얼마로 해 주세요”라는 말이 오간다. 사람들의 관심사도 오직 평당 얼마에 지었는지가 화두다.      


평당 얼마가 별 의미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도시의 아파트야 평단 단가 곱하기 전체 평수가 곧 그 집의 전체 금액이지만 전원주택은 다르다. 그 까닭은 집을 짓기 전에 해야 하는 토목공사, 석축 공사, 지하수 공사를 비롯해 정화조, 붙박이장, 싱크대, 신발장, 주차장, 수돗가, 데크, 펜스, 조경, 설계비, 등기료, 보험료 등등은 모두 평당 얼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고도 집주인이 별도의 돈을 들여해야 하는, 평단 단가에 들어가지 않는 공사들은 수없이 많다.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는 말 그대로 집만 덩그러니 지어주는 것을 말한다. 상상 속에 그리던 멋진 전원주택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평단 단가에 들어가지 않는 무수한 공사가 요구된다.

    

평당 얼마라고 할 때, 그 평당 가격은 업자가 정해 놓은 아주 기본적인 집 껍데기를 지어주는 값을 말한다. 그것도 가장 저렴한 것을 기준으로. 벽지를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싱크대도 이른바 메이커로 하려고 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추가 요금이 붙는다. 그렇게 추가 요금을 줘 가면서 집을 완성했다고 해도 주인이 돈을 들여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엄청 많다.   


평당 단가는 네버 앤딩 스토리      


그렇다면 평당 얼마에 들어가지 않는 ‘부대 공사비’를 합하면 얼마가 될까? 어떤 자재를 사용해 어떻게 공사하느냐에 따라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겠지만 최소한 3천만 원에서 무한대다.      


마당 한쪽 귀퉁이에 파쇄석을 붓고, 집주인이 직접 쇠스랑으로 고르게 펴서 승용차 한 대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든다면 20∼30만 원이면 된다. 인부를 두 사람 부르고, 도보 블록을 사서 직접 깔아 주차장을 만들면 150만 원 정도 든다. 전문 기술자들을 불러 현무암 석재로 멋지게 만들면 300만 원도 더 든다.          

 

우리는 창고가 부족해 이케아에서 60만 원짜리 조립식 창고를 사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주변의 다른 집들은 기술자들을 불러 창고를 지었다. 쓸만하게 지으려면 최소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까지 줘야 한다. 팬스를 공장용 초록 펜스로 둘러치면 100만 원쯤 든다. 주물 펜스로 둘러치면 집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0평을 기준으로 한다면 1천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정원에 소나무를 심는다면 이건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소나무는 30만 원 짜리도 있지만 300만 원 짜리도 있다. 1천만 원이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집 앞의 넓은 데크는 전원주택의 풍미를 더 해 준다. 전원주택 하면 테크에 파라솔과 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신다거나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전원주택이면 작게라도 데크가 딸려 있게 마련이다. 이 데크 공사비도 평당 얼마에 들어가 있지 않는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합해서 평으로 나누면 그것이 평단 단가가 되는 것 아닌가?’ 할 사람이 있겠지만, 부대로 하는 공사는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토목공사나 지하수나 정화조, 붙박이장, 싱크대처럼 집 공사가 끝남과 동시에 마무리되는 공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대 공사는 집 짓고 나서 1년 내지 2년 동안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을 합해 평으로 나눠 단가를 계산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 본채를 짓는데 들어간 평단 단가는 알 수 있지만 전체 집의 평단 단가는 현재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원주택은 새집인데도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늘 크고 작은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불편한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소소하게 손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들이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이 때문이다.      


평단 단가의 함정     


건축업자라면 누구라도 집주인이 원하는 평당 단가에 집을 지어 줄 수 있다. 평당 500만 원에 지어 줄 수도 있고, 평당 300만 원에 지어 줄 수도 있다. 평당 500만 원에 지어 달라면 그 값에 맞는 자재로 지어 줄 것이고, 평당 300만 원에 지어 달라면 또 그 값에 맞는 자재로 지어 줄 것이다. 그러므로 ‘평당 건축비를 얼마 깎았다’는 말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재로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법 세세한 것까지 집주인이 알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현관문 하나만 하더라도 100만 원짜리부터 500만 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평당 얼마를 줬는데, 알아서 좋은 것을 달아주겠지’ 하겠지만 업자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말하지 않으면 가장 싸구려를 달아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집을 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심적이고 능력 있는 건축 업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래야 얼추 본인이 원하는 집과 비슷하게라도 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계약서를 쓰는 단계서부터 아주 세세한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는 가장 싸구려 자재를 기준으로 산출한 값이기 때문이다. 현관문은 어떤 것으로 하는지, 화장실의 수전과 세면기, 변기는 어떤 제품으로 하는지, 마루는 어떤 것으로 하는지, 각종 전등과 스위치 박스는 어떤 것으로 하는지 등등. 알고 난 다음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대로 할지,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좋은 것으로 바꿀지, 추가 비용 없이 더 좋은 것으로 해 달라고 재주껏 이야기할 것인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아파트의 경우는 평단 단가가 곧바로 그 집의 전체 공사비와 거의 같지만 전원주택은 다르다.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에 최소한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이상이 더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한다(200평 땅에 30평짜리 집을 무난한 수준으로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러므로 평단 단가가 정말 궁금하다면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에 넉넉잡고 5천 만 원을 보태고 전체 평수로 나누면 대략적인 평당 단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우리가 첫 번째로 지은 전원주택에서 약 1년 반을 살고 이사를 나왔는데, 그동안 그 집에 들어간 모든 공사비를 합하고 평으로 나누니 평단 610만 원쯤 되었다. 땅 210평에 건물 평수가 36평짜리 집이었다. 2015년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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