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차 불러도 돼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퇴근 전 반갑지 않은 손님 위경련

by 혜림



운전을 못할 것 같아요.






오후 4시 무렵부터

속이 울렁울렁하다가,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잠시, 화장실을.."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날락 반복했다.

괜히 바닥을 더럽힐까 봐

뛰어가서는 우웩 구토와

묽은 변을 반복했다.


탈이 나면 화장실 갔다 오고

괜찮아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완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

아랫배가 아픈 것은

그래도 화장실 신호라 아는데

웬만한 체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윗 배가 아픈 것은 힘들었다.



끝내 식은 땀이 흐르고

5시쯤 모니터 앞에서 업무를 하다가,

책상 앞에 머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상사가 내가 인쇄한 프린트 종이를

가지고 오면서 내 모습을 발견하더니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병원을 가보라고 하는데

자리에 일어나는 순간

제대로 서있지 못해서 철썩 주저앉았다.



"얼른 정리하고 집에 가"



그 말에 나는 두 손으로 배를 잡고

"운전을 못 할 것 같아요"

대답이 나왔다.




끝내 상사는

구급차를 불러야겠다면서

전화해 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적은 없으니까

괜히 낯설 마음에

"구급차 불러도 돼요?" 물었다.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으니,

상태가 괜찮아지면

차를 가지러 오는 방법으로 결정했다.

핸드폰을 꺼내는데 힘들어 보였는지

"내가 전화해 줘?"

그 말에 끄덕이면서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상사가 구급대원과

통화를 했는데,

나를 바꿔주면서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몇 시부터 그랬고

지금은 움직일 수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알았다고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은 뒤, 끊었다.




"혜림이 조금 일찍 보낼게요.

아픈 것 같아서."



아래층에 있는 팀장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서

센터장님과 다른 상사 직원 분

그렇게 세 분이 올라왔다.



내 상태를 걱정해하면서

경험상 구급차는 늦게 오고

응급실을 가도

차례가 늦을 거라면서 차로 운전해서

병원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센터장님



집 근처 병원에 전화해서

몇 시까지 운영하는지

같이 알아보았고


감기 걸렸을 때,

검진받을 때 다니던 내과는

10분 내에 오지 못하면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검색해서

가까운 다른 병원에 전화했더니


와도 된다고!




걱정하시는 아버지께 전화가 와서

병원 이름을 말씀드리고

팀장님은 주차장에서 가지고 온

내 차를 운전해서

문을 연 병원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감사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죄송합니다"





팀장님은 "아이 뭐가 죄송해~"


의자를 뒤로 젖히고 이동하면서

"파트장이 스트레스 줘?"

그 말에 "아 아니에요" 대답했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오늘 급하게 먹었나

식사한 지 몇 시간 지났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등등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도 찔끔 흘렀다.




차 안 곳곳에 보이는 사진을 보시더니,


"이거 너야?" 하셨고



당당하게 답했다.


"네^^"




내 자신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말에


어릴 때 밝게 웃은 게 좋아 보여서

장식해 놓았다고 대답했다.




"팀장님은 이따가 어떻게 가세요?"



"내 걱정은 하지마~"



택시 타고 가시겠지...


어느덧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서 내비게이션이 가리킨

병원에 거의 다 도착하니까

인도에 서 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 별도의 주차장이 없다.

창문을 열어서 "아빠!" 하고

문을 열어서 내렸고 엄마도 보였다.



차 세우고 온다는 팀장님.

병원에 본인이 접수해야 한다고 해서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님께 제대로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신분증을 꺼내서

접수 후 진료가 시작되었다.




의사 선생님께 4시쯤부터 토할 것 같았고 식은땀 구토, 설사 등

증상을 말했다.



"얼마 안 되었네"



그렇게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집에 어떻게 가지?



아빠 차도 있어서

다같이 타고 가면

다시 와서 내 차를 가지러 와야 하는데


한결 나아진 듯하니까

이때다! 싶어서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얼른 집으로 운전해서 다.







아버지께서 사 오신 죽을 먹고

약을 먹으면서

남은 하루를 방 안에서 보냈다.

따뜻한 찜질이 도움이 된다는 말에

무더운 여름이지만

작년에 유용하게 사용한

핫팩을 꺼내서 배 위에 얹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누웠다.



새벽에 살짝 아서 얕은 잠을 자고

몽롱한 상태로

알람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출근하려고 하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느낌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 자신이 없었고

출근하면 방해만 될 것 같아서



팀장님께 전화했더니


"오늘도 아프지 내가 이야기해 놓을게."


어떻게 아셨지.


정말 감사했다.



같이 일하는 상사에게도 전화를 했는데 운전 중이신지 끊으셔서

문자로 남겼고

몇 분 후 전화가 와서

쉬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게 강제 연차를 사용하게 되었고


다시 철퍼덕 누웠다.











잠을 얼마나 잤을까.


약을 먹어야 한다며 일어나라는 아버지 전화에 깨어나서 약을 먹기 위해

죽을 데웠고 수분 보충을 하려고 게토레이와 포카리스웨트 이온음료 꿀꺽




핫팩으로 찜질하기는

확실히 완화에 도움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받은 약 중에서

하얀색 두 알은 울렁거림이 사라지면 빼놓고 복용하라고 하셔서

2일만 먹고

그 후에는 구토 증세가 사라졌다.








전날은 기력회복하겠다고

장어를 든든하게 사먹었는데

어제 오늘 너무 달랐다.




체한 걸까.


스트레스일까.



점심시간에 음식을 급하게 먹었나.

되돌아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식사하고 몇 시간 지난 뒤에

갑자기 이상 증상이 나타날까.


그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음식과 겹친 걸까

스트레스 때문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주말까지 푹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점심시간

아까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천천히 먹어봐야지' 다짐했다.







회사에 도착하니까,


으악!



다른 파트까지 소문이 났다.


"혜림씨 이제는 괜찮아요?"


"나도 그런 적 있어."


"몸 관리 잘해요."


"아팠다면서."



등등


보는 사람들마다

걱정하는 말로 굿모닝 인사를 건넨다.



나 아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약을

출근 다음날까지 복용하고

대변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









아플 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한다는 게 제일 슬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자주 먹었던 간식들을,

아메리카노를,


혹시나 장에 무리가 갈까 봐 과일을,



급기야 자주 마시지 않았던

달달한 음료가 간절하게

먹고 싶기까지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사는 건데.



슬펐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몇 분 몇 초 순간들이

다 소중하다는 것과

건강이 최고라는

부모님, 어른들 말씀 깊이 새겨듣고

하루를 감사하,

소중하게 살아가야지




까먹지 말기로 해


잊지 말자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도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