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여의도, 나의 첫 10km 마라톤 이야기

디즈니테마 러닝 페스티벌

by 혜림




비와 땀, 그리고 따뜻한 마음








디즈니런 서울 2025

마라톤 당일에도 비가 내렸다.


반다나 어떻게 연출할까


만지작 만지작



밤 1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모기가 나를 깨워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디즈니런 장소인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다.








주륵주륵 비가 와서 근처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우비를 사려고 했는데

물품보관소를 비롯한

다른 행사 부스들만 가득했고


입고 있는 티셔츠 앞에

기록 측정용 칩이 부착된 번호표 종이가 젖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비닐로 감싸서 올 걸


마라톤 처음 참가하는 티가 너무 나.'







물품보관소에

짐을 꽁꽁 싸매서 보관한 뒤,




직원 분께


"비닐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비라도 판매하는 곳이 있을까요?"



물었다.





모르는 듯했고, 이어서

"거라도 드릴까요?" 하면서

가방에 있는 우비를 하나 건네주었다.



행사 스탭이라도

자기꺼 흔쾌히 주는 게 쉽지 않은데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종이가 젖지 않도록

바람막이 위에 우비를 입고

행사 부스를 둘러보았다.


여러 부스 중에서 줄이 가장 길었던 스타벅스 커피

팔로우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달리기 전에 줄을 서서 나도 받았다.



두 병을 고를 수 있어서

딸기 음료와 밀크티를 선택!



순간 우비를 주신 분이 생각나서

마라톤 끝나고 돌아오면

건네드려야지 다짐했다.










드디어 8시가 되자마자,

알파벳 순서대로 출발!




C그룹인 나는

아버지께서 주신 선글라스를 쓰고

허리에 차는 스포츠 러닝 벨트 가방은

아무리 조여도 꾸만 흘러내려가서

바람막이 주머니에 돌돌 말아서 넣었다.




한쪽에는 핸드폰을 넣은 채.


그렇게 두 주머니는 꽉 찼다.



가지고 온 에너지 젤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다 먹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다가

체온이 점점 올라가서

우비를 난간에 걸어두고

의도치 않게 신발을 물 웅덩이에 담그면서 뛰었다.







28분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3km 글자가 보였다.




그 순간



'러닝 초보자인 나에게는

3km가 적당했을텐데

너무 아무런 생각없이

무리하게 10km를 신청했나'



생각이 들었다.






한 쪽 길 가장자리로 이동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첫 번째 고비가 시작되었다.



아직 반도 안 왔다는 사실에

조금 절망적이었다.









넓은 보폭으로 빨리 걷고,

힘차게 뛰기를 반복하면서

중간에 종이컵에 담긴 물을

두 번 정도 먹었을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나오더니

국회의사당과 서강대교를 지나갔다.



다리를 건널 때는 끝이 안 보여서

또 한 번의 고비가 시작되었다.










심장 박동수는 빠르게 뛰

비가 내려서

특히 더 미끄러운 차선은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오른쪽 발목이 삐끗했는지 이상해서

잠시 걸으면서

발목 돌리기 스트레칭도 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후 후우 부상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막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속도가 느려졌지만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뛰려고 했다.


얼굴이 빨개진 것이 느껴졌고

선글라스는 중간 중간 닦다.





스포츠 러닝고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아버지께서 챙겨주신 준비물

나중에 새것으로 선물해야지







아버지 머리 둘레랑 나랑 다른데

흘러내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다르게

흔들림이 없어서 신기했다.










촬영하는 카메라가 보일 때는

브이를 만들고 손짓도 하면서

환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화이팅!"


외치는 응원소리에



나도 포기하지 말아야지!


으쌰으쌰

끝까지 달리고 싶어졌고




어느새 9km 숫자가 눈앞에 보였다.




다 왔다는 사람들 소리에

완주하고

뭉클함과 뿌듯함이 몰려왔다.



내 자신에게 고맙고 대견했다.


울컥 감동적인 순간었다.











땀이 마르면서 추위를 느끼게 되었지만

디즈니 친구들 10km 완주 메달과

간식을 받고 포토부스에서

몇 시간을 계속 서서 기다렸다가

기념 촬영을 마다.




여의도 공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부스에서

번호표를 입력하니까

내 이름 세 글자와 함께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시간 15분!



끝무렵에 사진을 안 찍었다면

5분 일찍 들어왔을텐데 약간 아쉬웠지만 기뻤다.





첫 도전 이 정도면 만족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찍어드릴까요?"



물음에


난 기쁘게 "네에! 감사합니다."





몇 장을 찍주셨다.


찍어줬으니까,

나도 찍어줘야지 생각했는데




"저희는 일행이라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보통은 서로 찍어주는데

아무런 대가없이 정말 먼저 찍어주려고 하셨다니

기분이 좋았다.




땀이 말라가서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몇 시간째 발이 다 젖은 상태로 돌아다면서

무좀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했던

생각도 잠깐 잊어버린 채.




마라톤 참가한다면

슬리퍼, 담요, 모자, 핫팩 챙기기

알아둬야겠다.












아침 일찍 우비를 건네주신 분은 안 계셔서

한 번 더 감사의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마라톤 달리기 전, 후


처음 만난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


잊을 수가 없다.




같이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혼자였다면 완주는 어렵지 않았을까.














비 오는 날 10km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한 여정


이 날 초보러너는 따뜻한 손길과 함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