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시인
달팽이 두 마리가 붙어 있다
빈 집에서 길게 몸을 빼내어
한 놈이 한 놈을 덮으려 하고 있다
덮어주려 하고 있다
일생이 노숙이었으므로
온몸이 맨살 혹은 속살이었으므로
상처이었으므로 부끄럼이었으므로
덮어준다는 것,
사람으로 말하면 무슨 체위
저 흘레의 자세가 아름다운 것은
덮어준다는 그 동작 때문은 아닐까
맨살로 벽을 더듬는 움막 속의 나날
다시 돌아서면
벽뿐인 생애를 또 기어서 가야 하는 길으므로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덮어줄 수 있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더라도 신혼방이겠다
내 쪽의 이불을 끌어다가 자꾸
네 쪽의 드러난 어깨를 덮으려는 것 같은
몸짓, 저 육두문자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할 수는 없겠다
신혼 서약을 하듯 유서를 쓰듯
최선을 다하여
아침 한나절을 몇백 년이 흘러가고 있다
실천문학사
실천시선 207
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 중
나는 그래
"널 이해해."란 말이 너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냥 딱 한 번만 눈 감고 할 수 있는 말인데도.
"괜찮아."란 말 역시 입술도 눈빛도 어색하게 만들 때가 더 많다.
갖가지 이유로 스스로를 정당화해도 쓸쓸함만이 남는 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겠지.
슬프지만 덮어준다는 건 어쩔 수 없이 힘든 거다.
결국 서로에게 푹 쓰러지듯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남에게 자기 어깨를, 품을 내어준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쓸쓸함까지도 포근하게 품을 줄 안다는 것이다.
그게 건강하다는 게 아닐까.
그게 바로 덮어준다는 게 아닐까.
난 그걸 '사랑스럽다'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