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6 무슨 삼각관계도 아니고-
단상#6 <내가 퇴사한 이유 1>
후배가 실수를 했다.
스스로 업무 인수인계를 잘 받았다며 우리에게 자신 있게 말했으나, 거짓말임이 단번에 탄로 났다.
애초에 제대로 업무를 진행할 의지 자체가 없었어 보였다.
적어도 후배가 쓴 계획서에 따르면.
"선배가 썼던 계획서 읽어봤어요?"
"네. 그거 보고 참고한 겁니다."
"좀 수정될 부분이 많아요. 다시 잘 검토해볼래요?"
"아뇨, 정확히 시키지 않으시면 저는 제대로 일할 수 없어요."
그때 옆에 서 있던 선배의 얼굴에 욕이 가득했다.
'미친놈'
그러나 그는 후배에게 쓴소리 하지 않았다.
선배는 단호했다.
"야 나는 감정노동자 아니야. 어차피 이 일에 애정도 프라이드도 없는 얘야."
"저 친구도 일을 배우는 과정이고-"
"그럼 네가 해. 나는 그냥 내가 수정하고 말련다. 쟤는 수정해도 똑같을 거다."
후배는 계속 정확히 수정할 부분을 알려달라고 했다.
선배는 그냥 내가 계획서를 수정하고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다.
후배의 말에는 어디에도 "죄송합니다."가 없었고,
선배의 눈에는 잔뜩 욕이 쏟아지고 있었다.
로맨스도 아니고, 이게 무슨 삼각관계인가 싶어 이제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둘 다 각자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있었고, 자신의 일에 애정도 프라이드도 없었다.
선택은 내 몫이었다.
그 사건은 무슨 패턴처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반복되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나는 후배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나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선배의 무관심에 지쳐 일을 그만두고 나간 후배들이 늘어갔고, 모두 똑같은 사유로 나갔다.
"저런 선임 밑에서 무슨 일을 해요. 자기 밖에 모르는 데."
'저런 선임'에는 절대 속하지 않아야지 했던 나는 마침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퇴사를 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다.
진부한 삼각관계에 진작 지쳐있었고, 내가 가진 인간성을 잃기 싫었다.
내 후임의 소식을 들은 건, 우연이었지만 꼭 나는 운명으로 느껴졌다.
도망가는 후임의 손에 칼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