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브로크백 마운틴> 잭을 향한 델마의 '그리운 엽서 한 장'
말로 다 하기 벅차 눈을 한 번만 감았다 떴다.
그 몇 초 사이에 머릿속이 정리될 것 같은 희망과,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할 거란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눈을 감는 순간 알마의 올라간 입꼬리가 암흑 속에 향하던 내 눈동자에 잡혔다.
이미 나는 모든 걸 드러내고 있었고, 그녀는 그걸 모를 리 없었다는 듯 울고 있었다.
역겹다는 알마의 비난은 익숙했고, 하루빨리 용서를 꼭 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저히 어떤 종류의 사과를 해야 하는지, 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또 흘러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는 삶을 열심히 살아야 했고 그 삶은 나의 지독한 습관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의 길은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살지 않는 인생은 있을 수 없었기에 나에게도 잭과 함께하는 브로크백은 유일한 휴식처였다.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었지만, 잭은 점점 지쳐갔고 알마는 감정을 더 이상 나에게 토해내지 않았다.
사실 나도 변해갔다. 그때 그 날 아버지가 죽인 그 사람은 나였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달라질 수 없는 인간이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묵살한 그 모든 것이 언젠간 되돌아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남들과 다를 것 없이 가족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원하는 사랑은 딱 하나의 삶의 희망이자 변수였다.
"젠장! 우리에겐 브로크백뿐이야."
".........(하지만 그게 우리의 전부잖아. 잭.)"
잭의 불만을 투정으로 바꾸는 것은 힘들었으나 어렵지 않았다. 나의 고집스러운 원칙까지 품었던 잭이기에 그를 더 맹목적으로 믿었다. 나와 함께 버텨줄 거라. 누가 더 사랑하는지 소리치지 않아도 될 거라 믿었다. 우리의 사랑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감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마음에도 다른 표현방식이 존재했다. 잭과 나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했다.
잭은 그렇지 못했지만, 그저 난 멍청하게 나의 시간에 만족했다. 그게 최선이었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들 하나의 비밀을 품고 산다면, 나와 같은 두려움을 갖고도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믿었기에.
나는 정말 수동적이었다. 매번 받기만 하면서 거기에 이해까지 바라면서. 그걸 깨우쳤을 땐, 그는 없었다. 수취인 사망으로 매몰차게 날 벼랑 끝으로 내몰고 사라졌다.
내 잘못이라고 입으로 꺼내기 싫어 오늘도 잭이 숨겨논 피 묻은 셔츠를 만지며 되뇐다.
이젠 그 누구도 모를 거라 자부하면서 몰래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는 그런 무의미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신 사랑에 어쩔 수 없음을 끼워 넣지 않겠다는 걸.
* 영화 속 내가 뽑은 명장면 <이제 시작될 오랜 그리움을 향한 서툰 끝맺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