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란 Apr 03. 2019

정숙, <RBG>를 시작하겠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RBG, 2018 제작  

미국 |  다큐멘터리 |  2019.03.28 개봉 |  전체관람가 |  98분

감독: 벳시 웨스트, 줄리 코헨

     


정숙, <RBG>을 시작하겠습니다

     


<RBG> 영화 포스터

 <RBG>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이하 <RBG>)는 루스와 그녀의 동료들, 기자, 가족, 시민연대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인터뷰하며, 현재의 루스와 미국을 있게 한 굵직한 사건들을 친절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복잡하게 이야기를 엮지도, 심각한 갈등도 넣지 않는다.

먼저, 그들이 염원하는 반전은 현재진행 중이니, 굳이 스토리를 비틀 필요 없다. 오늘도 루스는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여성의 평등과 주권을 얘기하고 있으니까.

사건에는 갈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RBG>은 사건 해결의 열쇠들을 모두 루스의 업적을 기리는 예시로만 사용한다. 가장 효과적인 갈등이 이미 관객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RBG>은 오로지 루스의 삶에만 집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녀의 고귀한 업적과 현재의 가 가진 울분이 만나면서, 영화는 엄청난 대리만족과 거대한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마구잡이로 분출한다.







핫한 아이콘, 루스의 사람들

그녀는 현재 미국의 가장 핫한 아이콘이다. 누군들 그녀의 행보에 열렬히 환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첫 장면부터 루스는 세라 그림케(노예폐지론자, 양성평등지지자)의 말을 인용하며 단호하고 정확하게 요구한다, (루스의 말 한 마디에 관객은 <RBG>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 영화의 영리한 편집은 곳곳에서 빛을 발휘한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형제들에게 하려는 부탁은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 달라는 것뿐입니다.”

     

지금의 루스를 있게 한 것은 존경과 사랑이다. 루스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중심을 견고히 세우는 법을 배웠다. ‘숙녀가 되어라’, ‘독립적인 사람이 되 거라.’란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였다. 어머니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출처: 영화 <RBG> 중

어머니가 루스의 내면을 강하게 만들었다면, 남편 마티는 그녀의 외면을 날카로운 칼로 만들었다. 과묵하고 소극적이었던 루스를 단숨에 거침없는 칼을 휘두르는 투사로 변화시켰다. 


‘마녀’, ‘침묵의 살인자’, ‘살아있는 영웅’, ‘좀비’, ‘악마 같은 여자’로 말이다.


그녀는 마틴을 존경했고 열렬히 사랑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마치 에이슬링 윌쉬 감독의 <내 사랑> 속 모드와 에버렛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마티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티는 제게도 뇌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한 남자였습니다.”라고. ‘여성’이란 이유로 자신의 총명함을 숨기고 다녀야 했던 루스와 그녀의 잠재력을 본 마틴의 만남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 시발점이라 해도 무방하다.

루스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마틴을 향한 존경심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낮은 곳에서도 더 크게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제일 높은 곳에 앉아서도 똑같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얘기한다.

     

“나는 반대한다.”라고. 

     

그녀는 불도저처럼 미국 여성의 삶을 바꿔놓았다. 여성은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심지어 국가에서도 차별을 당해야만 했다. 루스는 그 모든 당연함에 레드카드를 뽑아 들었다. 우리가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출처: 영화 <RBG> 중

심플한 <RBG>

<RBG>는 심플하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로 특별하진 않지만, 간결하게 잘 만든 작품이다. 오직 RBG를 위한 헌정 영상이자, 현실 영웅을 기다린 이들의 오아시스다.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 길이 수없이 다양해졌을 뿐이다. 모호한 기준(가짜)들이 진짜라고 우겨도, 진실을 파헤칠 수 없는 세상에서 하필 <RBG>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슬퍼진다.


자부심과 상실감은 다른 감정이니까.







     

글_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진실



PS.  이 글은 페이스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전주독립영화관 관객동아리 '씨네몽'회원으로 개봉작(무료)을 본 후 리뷰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잔혹한 예고편, <바이스> 영화, 브런치무비패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