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
마침표 하나,
중대하든 아니든 마침내 용건이 종료되는 순간,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차 한잔,
일에 결과를 채점하는 시간
그 결과에 상관없이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
관계에 끝을 선언하고
사랑의 소멸을 인정하는 순간,
당연히 끝날 줄 알았다는 듯 센치해지는 마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발견하지 못하는 빛.
그럼에도 우린 삶에, 미래에, 오늘에,
나아가 죽음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산다.
줄임표와 느낌표나 물음표 투성인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반드시 마주하는 정점.
가끔은 터널 안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그냥저냥 이렇게 계속 버티고
뜨끈한 어둠에 몸을 지지고 싶을 때,
매섭게 덮쳐오는 성난 바람과 파도도
'나를 잡아두고 싶구나' 하고 착각하고 싶을 때,
마침표를 멀리하는 게 진짜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우린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산다.
선택을 보류하는 것도 선택이기에
결과를 덮어놓는 것도 결정이기에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점 하나를 내 뒤에 콕 찍어야 한다.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끝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내려놓고
동시에 나를 치켜세우기 때문이다.
마침표 하나, 마침표.
그 덕에 오늘도 나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