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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2 / 김행숙 시인

믿음의 시 169 / ©김행숙 시집,『타인의 의미』2010

by 우란

호흡 2 / 김행숙



호흡은, 호흡기관을 폭파할 듯, 호흡기관 이후에 나의 호흡은, 저것은, 저것은 마치 오로라의 날개와 같이,


아, 나는 쓰러지길 원해. 어느 날에는 바위섬에 다가가는 파워풀한 파도로서 나는 비인간적으로 파랗지. 항상, 항상 끄떡없는 바위섬이로군. 맨 앞에서 희게, 희게 부서지는 파도여, 나의 발작이 시작됐다. 남은 의식은 누군가 숨겨놓은 비디오카메라의 것. 당신의 눈동자가 환해질 때 그곳에 남아 있는 것. 그러나 저것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다 보여지지 않는다.



(주)믿음사

믿음의 시 169

©김행숙 시집,『타인의 의미』2010

51쪽




나는 그래

'나의 발작이 시작됐다'.
나의 하루가 저물어가는 새벽이다.

나를 엿보는 시선이 느껴지고
나의 거친 숨을 어떡해서든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하는
'비디오카메라'의 둥근, 아니 모난 렌즈.

칭찬으로
동경으로
가슴 뛰는 설렘으로
변형되는 일은 고된 작업이기에

'나의 호흡은',
내 하루는 '오로라의 날개와 같이'
아름답고 '비인간적으로 파랗'고

그 일 역시 계산되기 힘든 숨결이고.
그것들과 상관없이 난 '끄떡없는 바위섬'인.

내가 그대의 호흡이 될 수 없고
그대의 바람이 나의 길이 될 수 없으니
결국 당신이 보는 '저것'은
아무리 눈을 씻어봐도 볼 수 없는.

실체를 결코 확인할 수 없으니
나의 하루는 계속된다는, 어떤 것의 발악.

나는 산다, 아무도 가늠할 수 없는 날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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