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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May 24. 2019

안다

두 팔을 벌려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그렇게 하여 품 안에 있게 하다




당신은 모로 누웠다 습하고 무더운 밤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선풍기 바람에 당신의 머리칼이 흩날렸다.     

나는 당신을 안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에게 붙어서 빈틈없이

그건 7살, 형아하고 싸워서 딱지를 빼앗겨 울고 있던 당신을 안는 것

또는 10살, 먹기 싫은 반찬을 남기고 선생님께 혼나 울고 있던 당신을 안는 것

15살, 학원을 다니고 싶다 말하려다 엄마의 한숨소리를 듣고 돌아서던 당신을 안는 것

18살, 친구와 다투고 늦은 밤 땅을 차며 끝없이 길을 걷던 당신을 안는 것

20살 재수학원에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들고 기숙학원 방으로 들어가던 당신을 안는 것

22살 전화로 헤어짐을 통보받고 취침시간 이불속에서 울던 당신을 안는 것

25살 타국에서 어머니의 수술 소식을 듣고 밤새 좁은 방 안을 서성이던 당신을 안는 것

28살 회사 선배에게 혼나고 혼자 술을 마시던 당신의 옆에 앉아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안는 것     


이것은 내가 있을 수 없어 아쉬운 모든 순간의 당신을

당신이 기억 못 하던, 다가올 모든 순간을 내가 안아 주겠다는 약속

머리카락부터 발톱까지 모두 쓰다듬어주겠다는 다짐     


나는 다시 한번 당신을 온 팔 가득 담았다. 당신 안에 넘실대는 눈물이 넘어오도록   

  

나는 당신을 안았다.

당신의 밤이 뽀송뽀송하고 포근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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