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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Apr 07. 2023

1분 만에 70만원이 날아가다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른이 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두렵고 싫은 것이 있다. 내게는 병원이 그런 곳이다.

  커다란 여드름이 피부 안쪽에 올라와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미뤄 두었던 피부과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내디뎠다. 


  “이렇게는 안 되겠네요.” 깊숙이 자리 잡은 피지 층을 없애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며 원장님은 당장 3회의 고주파 치료를 권장하셨다.

  상담 직원이 다가와 빠르게 시술 과정을 설명한 뒤, 내 카드는 순식간에 직원의 손에 넘겨졌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치료가 시작되었다. 얼굴 곳곳에 오래도록 자리 잡은 수많은 여드름 부위를 압출 한 뒤, 자그마한 수백 개의 고주파 침으로 타닥타닥 내 얼굴을 찔렀다.

  아프면 공을 꼭 쥐라며 양 손에 공을 하나씩 쥐어 주셨다. 얼굴에 마취가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찌를 때마다 기분 나쁜 통증이 전해져 왔다. 아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몸이 꿈틀꿈틀 움직여졌다. 


  크게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는 한 돈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하는 것을 굉장히 귀찮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병원 문제만큼은 예외로 두었어야 했다. 늦장을 부리고 게으름을 피울수록 내 몸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치료 시간만 더디게 만들 뿐이라는 걸 왜 알지 못했을까…. 


  현재 두 번의 시술 후 내 얼굴은 몰라보게 깨끗해지고 있다, 그 때 원장님이 내게 결정권을 내어 주고 천천히 생각해 본 후에 오라며 집으로 돌려보내셨더라면 상황은 어찌 되었을까?

  아마 지금까지도 귀찮음 속에 게으름을 빙자한 두려움을 꽁꽁 담아 둔 채 여전히 ‘나중에, 나중에’라는 말만 속으로 되풀이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난 1분 만에 70만원을 날려 보낸 것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그 이상의 것을 얻고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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