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감기 몸살 끝에 ‘중이염’이란 친구가 찾아왔다. 이명과 함께 한쪽 귀를 반쯤 막아 놓은 듯한 아주 답답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이었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모든 것이 반쪽이 되어 버렸다. 방향감각이 떨어져 집 안에서도 자꾸 부딪혔고 늘 해 오던 일상들이 더디고 낯설었다.
입맛과 기쁨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행복도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영영 한쪽 귀가 들리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끔찍한 생각을 10초쯤 떠올리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2주쯤 약을 먹고 이제는 귀가 90% 정도 돌아왔다.
다시 예전처럼 내 식욕은 폭발 중이고, 기분도 한 단계씩 팔랑팔랑 상승 중이다.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두 팔과 두 다리가 건강해서 다행이다. 두 손과 열 손가락이 자유로워 다행이다, 귀가 다시 돌아와 주어 다행이다,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보이지만 않아서 다행이다.
힘든 시간을 겪어 봐야지만 알게 된다, 오늘 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일 지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그 어느 때보다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 보련다, 행복하고 씩씩하게 달콤한 하루를 보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