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을 보러 가는 길, 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입가에 미소를 띠기조차 힘들었다. 잔뜩 긴장한 채 병원에 들어섰을 때였다. 마치 '얘야, 걱정 말아라. 내가 너와 함께한단다'라고 말씀하시는 듯 병원 곳곳에서 뜻밖의 다정함과 온기를 마주했다.
많은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유방 촬영 검사.
잔뜩 굳어있는 내게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
"조금 아플 거예요. 그래도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제가 잘 도와드릴게요."
그리고는 기계 앞의 문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곳을 보라고 하셨다.
[보석처럼 빛나는 너를 응원해]
그 아름다운 문장과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을까. 고된 검사도 견딜 만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향한 곳은 채혈실.
늘 여자 선생님께만 팔을 내어주던 터라 남자 선생님이 앉아 계신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하지만 반전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바늘이 들어간 줄도 모를 만큼 능숙하게 채혈을 마치셨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는데 무뚝뚝해 보이던 선생님이 수줍게 미소를 머금으셨다.
"안 아프셨나 봐요?"
"네! 정말 하나도 안 아프게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남겼다.
다음 검사 날이었다. 골밀도 검사실의 단아한 선생님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출산하고 발견하신 거예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나의 짧은 대답에 그녀는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괜찮을 거예요. 워낙 유명한 교수님이시니 치료 잘 받으시면 금방 좋아지실 겁니다."
얼굴만큼 마음도 고운 분이었다.
환자가 되어보니 알게 되었다. 흔하디흔한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깊은 위로가 되는지를.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그녀는 나와 같은 88년생이라 마음이 더 쓰였다며 꼭 쾌유하라는 응원을 잊지 않았다. 병원 검사 첫날에 이어, 오늘도 나는 천사를 만났다.
어쩜 이곳에는 천사들만 모여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모두가 친절했다.
하루는 아기를 맡길 곳이 없어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진료와 검사 사이의 텀이 너무 길어 혹시 당겨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예약제로 운영되어 취소 여부도 알 수 없어 어렵다고 했다.
체념하고 돌아선 몇 분 뒤 전화가 왔다.
"MRI 검사실인데요, 아기 데리고 오셨다고 전해드리니 선생님께서 식사를 조금 미루더라도 먼저 봐주신다고 빨리 오시래요."
핸드폰 너머로 전해진 그 배려에 너무 감동해서 넙쭉 절할 뻔 했다. 덕분에 예정보다 3시간이나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평생 큰 병원 문턱을 넘어본 적 없는 나를 위해 하나님은 병원 곳곳에 천사들을 예비해 두신 게 분명했다.
덕분에 잔뜩 굳어있던 첫날보다 나는 훨씬 편안해졌고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천사들 덕분에.